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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1주년] 소비시장 '큰손' 개성·브랜드 잡아라

2021-08-26 기사
편집 2021-08-26 17:27:07
 이태민 기자
 e_tae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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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트렌드>
유통업계, 새로운 소비 주도층 공략 '분주'
플렉스(FLEX)에 명품 시장 주 고객으로
향후 15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소비계층

첨부사진1사진=무학 제공


MZ세대는 돈과 소비에 대한 편견이 없다. 명품이나 프리미엄 가전 등에 돈을 아끼지 않는 '플렉스(FLEX·돈이나 차·라이프 스타일 등을 자랑하는 현상)'를 즐기거나 개인의 취향을 소비로 드러내기도 한다. 이들은 향후 15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소비계층으로 손꼽히며 유통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이 소비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을 들여다본다.



◇'과시욕구'의 대명사, '플렉스(FLEX)'=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이지은(30) 씨는 '명품 인증 샷'을 살펴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취업에 성공하며 안정적인 수입이 생긴 이 씨는 명품 옷과 신발·장신구 등으로 자신을 꾸미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는 "명품 사진을 SNS에 올린 후 '좋아요'가 늘어나는 것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며 "'내가 이만큼 성공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MZ세대의 '플렉스(FLEX)'가 일상화되며 경험 소비를 위한 명품 소비가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백화점 오픈 시간 전부터 줄을 서 입장 번호표를 받는 오픈런(Open run) 현상과 희소가치가 높은 제품을 구매한 뒤 더 높은 가격에 되파는 '명품 리셀러'가 등장한 게 그 방증이다. 명품 업체들이 해마다 가격 인상과 구매 제한을 두고 있지만 명품을 구매하기 위한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2분기 매출은 72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영업 이익은 62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백화점 또한 같은 기간 매출액이 54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53억 원으로 148.9%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신세계백화점의 매출액은 49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 늘었다. 영업이익은 6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31% 증가하며 2분기 역대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2분기 실적은 MZ세대의 '명품 수요 증가' 현상과 코로나19 장기화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보복 소비 심리'가 맞물리며 매출 성장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해외패션 매출이 33.1% 증가,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으며 신세계백화점 역시 해외패션(42.8%)과 명품(55.4%) 매출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의 명품을 향한 구애는 대전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전점이 지난 1-7월 매출을 분석한 결과, MZ세대의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5% 가량 증가했으며 매출 구성비 역시 30%를 차지하는 등 주요 소비 계층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한 관계자는 "젊은 우수고객 확보를 위해 VIP제도 가입 문턱을 낮추고 시설 개편을 통해 리조트 피트니스&랩 등 다양한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며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이색 컬래버레이션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MZ세대의 과시욕, 즉 플렉스 현상은 양면의 얼굴이다. 명품 구매를 통해 꾸밈 없는 행복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 이면에는 경기 침체와 취업난 등으로 인해 미래를 설계하기보단 현재의 만족에 집중하는 특성이 읽히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MZ세대의 '명품 사랑'은 미래 불확실성으로 인해 생기는 정서 불안을 명품 구매로 위로받는 서글픈 현상"이라며 "안정된 수입이 없는 사람들까지 중독되는 현상도 목격돼 MZ세대가 '과도한 명품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이들을 위로·격려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유쾌한 취향 논쟁, 소비로 '직결'=온라인에 친숙한 MZ세대는 댓글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밝히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들은 개개인의 취향 차이로부터 발생하는 논쟁을 더 이상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과장된 수식어를 활용, 재미와 공감을 유도하고 문화 콘텐츠로 향유함으로써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올 여름 식품업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민트초코 열풍'은 이들의 온라인 논쟁 문화를 반영하는 대표 사례다.

민트초코는 특유의 알싸한 식감이 '치약 맛'과 비슷해 각종 온라인 매체를 통해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맛'으로 평가받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민초단(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반(反)민초단'으로 나뉘어 맛에 대한 논쟁을 펼치는 놀이 문화가 생겨났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vs쪄죽따(쪄 죽어도 따뜻한 음료)', '부먹(부어 먹기)vs찍먹(찍어 먹기)'와 같은 맥락이다.

당연하게도 MZ세대의 특성을 파악한 식품업계는 음료·유제품부터 소주까지 '민초단'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며 MZ세대와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MZ세대를 겨냥한 상품은 곧 수익 창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지난 4월 출시한 음료 '민트 초콜릿 칩 블렌디드'는 출시 2주만에 50만 잔 판매를 기록했으며 배스킨라빈스가 같은달 한정판으로 내놓은 '민트초코봉봉'도 한 달만에 싱글 레귤러 기준 300만 컵이 판매되면서 신제품으로는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주류제조기업 무학이 출시한 '좋은데이 민트초코소주'도 출시 1달 만에 100만 병 판매를 기록했다. 무학은 이번 제품을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디지털 콘텐츠 등으로 제작, 지속적으로 소비자와 소통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무학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주류 소비 중 유흥 채널 소비가 위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라며 "젊은 세대의 소비 취향에 맞춰 색다르고 우수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MZ세대의 소비 흐름은 그 나라의 민주적 지표 상승과 경제적 안정을 나타내는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과거 개인의 취향과 선호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것과 달리 권위주의가 사라짐과 동시에 개인의 취향과 선호에 대한 논쟁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우리나라가 과거에 비해 민주화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짐에 따라 개인 취향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사회상을 반영하는 세대"라며 "과거에는 엄숙하고 거대한 담론들이 주요 논쟁거리였지만 지금은 굉장히 사소한 것들로 옮겨지고 있는 가운데 역설적으로 젊은 세대의 유머 코드를 자극하면서 관심을 유도하는 사회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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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2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샤넬 상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첨부사진3지난해 7월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해외명품 대전 행사장'에 몰린 고객들. 사진=연합뉴스


첨부사진4SNS에 '플렉스'라는 해시태그로 게재된 명품 구매 인증샷.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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