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호 공주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김훈호 공주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세종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중학교 나다움성장교육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1년 과정으로 운영해 오던 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제`를 한 학기 `자유학기제`로 전환하는 대신, 3학년 2학기를 `진로집중학기`로 운영함으로써 2025년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고등학교 2학년부터 선택 교육과정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학생들은 적어도 1학년 2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자신의 진로 및 진학 계획에 맞는 선택과목을 결정해야 한다. 어떤 진로나 직업을 선택할지, 어떤 대학의 학과에 진학하고, 그것을 위해 고등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할지를 고등학교 진학 후 한 학기 안에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학생과 학부모 모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것은 학생들이 해야 할 선택이 단순히 과목을 하나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고교학점제의 도입은 고등학교와 중학교의 긴밀한 연계와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에서 지난 2월에 발표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에서도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연계가 강조됐다. 중학생의 안정적인 학교급 전환 및 고교 생활 준비 등을 위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나 과목 선택의 연습, 희망진로의 구체화 등이 지원돼야 함을 지적했다. 이는 중학생들이 안정적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 및 고교학점제에 적응하기 위해 중학교의 학년별 교육과정이나 교육적 경험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설계돼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중학교 학생들의 학교급 전환 준비가 중학교만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고등학교 교사들은 진학하는 학생들이 중학교에서 어떠한 교육적 경험을 했는지, 중학교 교육과정은 어떻게 구성되고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어떻게 연계되는지 등을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학교에서 선행돼야 할 교육적 경험이나 교육 내용에 대해 중학교 교사들과 긴밀하게 소통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학교 현장에서의 `연계`는 비단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학교급 간 연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교육부에서 지난 4월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계획`에 제시된 주요 추진 과제를 살펴보면, `학생 개별 성장 및 진로와 연계된 교육 지원`과 `삶과 연계한 역량 함양 교육과정 개선`이 포함돼 있다. 초등학교의 각 학년군 간 연계를 위한 교육과정 재구조화가 필요하며, 중학교 자유학기 활동과 연계한 학교급 전환 및 고교 생활 준비, 통합학교 운영을 위한 유·초 및 초·중, 중·고 연계 교육과정 모델 개발 등이 세부 과제로 제시됐다. 뿐만 아니라, 학교와 마을의 연계를 통한 교육과정의 다양화와 포스트 코로나19에 대비한 온·오프라인 연계 수업의 활성화 방안 마련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됐다.

그동안 분리나 구분이 당연시 됐던 학교급 간, 그리고 개별 학교급 내 학년 간 교육과정 및 학생의 경험이 체계적으로 `연계`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리고 학교와 학교 밖의 `연계`, 오프라인과 온라인 공간의 `연계` 또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연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교사와 교사,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보인다. 단적인 예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사는 동일한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만, 중학교에서 오래 근무한 교사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고등학교에서 오래 근무한 교사는 중학교 교육과정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사들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지만, 많은 학교들이 상대 학교급에서 그 역할을 수행해 주리라 막연히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에서는 `교교학점제니 고등학교에서 준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고등학교에서는 `중학교에서 진로 체험이나 학업 설계를 위한 준비`가 돼 올라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제는 교육 현장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 교사와 중학교 교사가 상대 학교급의 교육과정이나 학생들의 경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학생들의 지식이나 교육적 경험을 연계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동일 학년의 교과 간 협력이나 융합에 그칠 것이 아니라, 각 학년별 교육과정이나 경험을 어떻게 연계하고 발전시켜 갈 것인지를 전체 교사들이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유학기 활동을 중심으로 한 중학교에서의 진로 활동을 고등학교 1학년에서의 진로 및 과목 선택으로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를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사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미래 사회는 `분리`와 `구분`이 아니라 `연계`와 `융합`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훈호 공주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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