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는 경로효친과 유교사상이 하늘을 찌르던 조선시대에서도 있었고 인권의 가치와 수호가 법으로 보장되는 오늘날에도 존재한다. 그러나 양상은 사뭇 다르다. 어쩌다 한 번 있을 법한 일이 요즘은 급격한 사회변화와 가족기능의 약화, 불안정한 사회 상황 등이 맞물려 점점 흔해지고 잔혹해진다. 얼마 전 복지부가 발표 한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국내노인 학대사례는 모두 6259건으로 전년보다 19.4%로 증가했다.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재학대 사례는 22.8%가 증가했다. 2016년부터 줄지 않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으레 가정폭력이 그렇듯 노인학대는 대개 가족이라는 폐쇄적인 집단에서 발생하기에 이를 발견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우리가 아는 것은 기관에 신고 접수된 사례일 뿐이니 실제 학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다. 주변과 지역사회의 세심한 관심이 중요한 이유다.
노인학대는 해당사회의 가족기능이 얼마나 와해됐으며 스트레스가 높은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예이다. 낮은 인권의식은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사후 뒷수습 정책이 대부분이다. 세상에 예방보다 나은 정책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학대당한 노인을 위한 기관설치의 의무만을 법으로 명시할 뿐 예방은 법에 언급되어 있지 않다. 아동학대 예방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아동복지법에서 명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관련법이 있어야 정책이 뒤따르고 힘을 받는 것인데 안타깝다. 일이 터져야 비로소 손을 쓰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정책은 그만해야 한다. 부모라면 가슴이 떨려 제대로 기사조차 읽지 못했던 정인이 사건. 그 뒤 만들어진 정인이 법은 소중한 아이의 죽음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막을 수 있었던 희생이 입법과 정책의 재료가 되어서는 안된다. 노인학대 예방대책 수립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현재보다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와 시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응이다. 조선시대는 경로효친과 유교적 사상이 노인학대의 가장 큰 억제력으로 작용했지만 현대사회는 그렇지 않다. 사회시스템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해당 사회의 성숙도란 약자가 얼마나 보호 받는 가로 평가된다. 문명사회란 그 어떤 사람보다도 약자가 보호받는 사회다. 노인이 행복한 사회가 바로 이상적인 복지국가이자 문명사회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임진섭 배재대학교 실버보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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