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익숙한 보양식도 어떤 이에게는 폭력적일 수 있다. 가령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의 최종 단계인 `비건` 실천자에게 삼계탕만 즐비한 식탁은 고통의 시간이다. 음식을 둘러싼 갈등은 종교문화권을 달리하면 더욱 첨예해진다. 돼지고기 식용을 금지하는 이슬람 신자들에게 삼겹살 회식이 반가울 리 없다. 소를 신성한 동물로 숭배하고 그 고기를 금식으로 규정한 힌두교 신자에게 소고기 스테이크를 함께 하자는 건, 불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변화도 싹 트고 있다. 채식 선택권 보장과 더불어 미래세대들의 건강과 기후의식 제고를 위해 광주교육청이 학교 급식에 주 1회 `채식의 날`을 도입한 이후 서울, 울산, 전북, 인천 등의 학교급식에도 주 1회 채식 식단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도 할랄 음식을 제공한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락된 것`을 뜻한다. 이슬람 율법에서 허락되어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할랄 식품이라고 한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건, 내가 먹는 것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식단의 다양화는 우리 일상의 결이 그만큼 공존과 평화에 가까워짐을 반증한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백석의 시 `선운사`의 한 대목이다. 이 여름 당신 앞의 음식은 무엇인가?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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