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신동호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교육계에 팽배해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엘리트 교육`이다. 엘리트 교육, 즉 소수의 능력 있는 사람 위주의 교육은 좋은 말인 것 같지만, 사실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엘리트 교육은 선택된 일부만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나머지는 방치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야당의 한 지도자가 사회의 변동은 능력 있는 소수가 이끌어 가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엘리트 사회를 암시한 것이다. 대중적인 인기에 영합해야 하는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주장은 아니다. 그 논리에 의하면 다수의 대중은 무시되는데, 과연 그래도 괜찮은가? 그것이 바람직한가? 우리의 최근 역사를 보면 산업화, 경제발전, 민주화란 성과가 엘리트로부터 비롯됐다고 주장할 수 없다.

창조적인 소수는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변동을 주도하는 데 일반 대중을 무시할 수 없다. 사회변동의 방향을 잡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거대한 물결에서는 소수의 엘리트 못지않게 대중을 기반으로 한 시민사회가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우리는 시민사회의 역할이 크게 증대된 사회에 살면서도 의식은 아직도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엘리트화돼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학교교육이다. 우리의 초·중·고등 교육은 전반적으로 학습역량이 뛰어난 소수의 학생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사회의 관심도 그런 학생들에게 집중돼 있다.

학교 안과 밖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소수의 엘리트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고자 학생들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승리한 학생만이 인정을 받고 그렇지 못한 학생은 무시된다. 그러한 경쟁을 평가하는 수단, 객관적인 수단으로 흔히 시험이라는 제도가 동원된다.

그런데 문제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획일적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학생이 가진 역량에는 학력 외 다른 역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평가의 방법이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평가의 결과는 마치 한 인간의 모든 역량을 평가한 것처럼 활용되는 경향이 있어 문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소수 엘리트 교육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해왔다. 그런 교육의 한 예를 캐나다의 대학에서 볼 수 있다. 캐나다의 대학은 대부분 국립대학인데, 재정은 주로 정부가 담당한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처럼 대학교육도 공립화돼 있어 학생 등록금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의 대학과는 다르다.

캐나다 대학들은 우리와 달리 평범한 학생, 어느 정도 학업을 수행할 수 있는 학생을 모집하고자 한다. 소수의 엘리트만이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것을 오히려 경계하는 대학도 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학생을 모집해 교육을 통해 우수한 인재로 양성하는 것이 학교교육의 목적인 것 같다. 이는 엘리트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교육을 지향하는 오늘날 선진 사회의 교육철학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캐나다 학교교육의 성격에도 맞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혹시 우리나라 대학들, 특히 상위권이라고 불리는 대학들은 고등학교 성적이 좋은 학생을 모집하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 그들이 대학에 와 훌륭한 인재가 될수 있도록 잘 교육시키는 것에는 관심이 덜하다. 그래서 우수한 학생을 모집해 평범한 졸업생으로 배출하지는 않는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상위권에 속하지 못한 대학들, 특히 지방사립대학들도 상위권 대학과 비슷한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는데, 이것이 적절한 지 짚어봐야 할 것이다.

사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각기 다른 역량을 갖고 태어나고, 또 사람마다 개성과 역량, 특기가 다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각 대학은 차별화된 교육목적과 방법, 그리고 신입생 모집방법을 수립해야 한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학생들, 혹여 수준이 좀 모자라는 학생들도 모집해 잘 교육시키겠다는 각오, 그리고 그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금 우리 대학들이 처한 출산율 저하, 신입생 모집시장의 고갈 등과 같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신동호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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