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대전대 LINC+ 사업단 교수
안경환 대전대 LINC+ 사업단 교수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신 유목민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는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가 1997년 `21세기 사전`에서 소개한 용어로, 디지털 기기 등을 이용해 장소에 상관하지 않고 이동하며 업무를 보는 이를 일컫는다.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일하다가, 어느 날은 제주도에서 지내면서 일하는 식이다. 이들을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라고 부르기도 하고, MZ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디지털 노마드가 로컬로 이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켈리 글로벌 산업인력지표(KGWI)에 의하면 MZ세대 중 51%는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라면 급여가 줄거나 직위가 낮아져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응답했다. 노마드 성향의 이들은 U·J·I턴으로 로컬로 향한다. U턴은 로컬에서 태어난 사람이 학교나 일 때문에 도시로 일정 기간 떠났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J턴은 로컬에서 태어난 사람이 도시로 떠났다가 자기 출생지가 아닌 다른 로컬로 이동하는 경우로, 학교 때문에 지방을 선택한 친구들은 사람관계 때문에 졸업 후에도 지방에 남는 경우가 많다. I턴은 아무 연고 없이 로컬을 찾는 경우다. 이들은 로컬을 과감하게 선택할 만큼 도전 정신이 높다. MZ세대의 더 나은 삶의 공간으로서의 로컬을 새롭게 창출하는 과정은 이미 진행 중이다.

로컬과 함께 언급되는 키워드가 소셜 벤처(social venture·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기업 형태)다.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만들어지면서 사회적 기업에 이어 소셜벤처 창업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더 의미 있는 사회적 기업 활성화다.

현재 서울·경기 국토 면적 11.8%에 우리나라 2명 중 1명이 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나머지 국토 90%에서 기회를 찾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지속성장형 로컬 창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연구가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면서 기업가의 사회적 역할을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이라고 정의했다. 로컬 창업자들은 수익만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성을 반영한 생활과 공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가치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지역성이라는 가치를 우선에 둔다면 누구나 로컬리스트(지역과 일상, 사회적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활동을 하는 사람)가 되는 것이다.

로컬 벤처는 지역성에 기반을 둔 가치를 목표로 하고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새로운 창업 형태다.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삶의 가치를 중심으로 로컬에서 새로운 자원을 결합해 생산, 유통, 수익과 평가를 지속하려는 창조적인 시장 생태계를 이뤄가고 있다. 로컬벤처가 주는 효과는 모두에게 윈윈 (win-win)이 되는 공생 모델이다. 로컬 벤처들은 주민 협력과 공유 자원을 재해석하고 활용하는 커머닝(commoning) 방식으로, 매출 전액을 마을 발전기금으로 기부하는 사례도 있다. 로컬에 대한 N가지의 다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 로컬 창업은 사람, 자원, 관계, 정책 등 복합적인 조건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일본도 모든 정책과 발전이 도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이토록멋진마을`에서 후쿠이현은 콤팩트 시티(Compact City)`로 걸어서 20분 내에 의식주 해결과 편의시설을 확충했다. 노약자 계층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트램 대중교통 수단을 만들고, 함께 아이를 양육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젊은 맞벌이 세대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자 젊은이들이 이주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사바에시는 20세기 초부터 안경산지로 유명한 곳이었으나 중국의 산업에 밀려 안경업체 수가 40%로 급감했다. 사바에시는 산업의 부활을 위해 청년 기업가들과 연계했고 외지에 진출한 청년 디자이너들을 온 마을이 나서서 귀향하게 만들었다. U턴 젊은이들이 안경 개발의 다양화로 현재는 전세계 안경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사바에시 안경산업은 오픈인큐베이션 도제 방식으로 각 기업이 기술을 청년들에게 전수해 그들의 독립창업을 지원·협업한다.

가미카쓰(上勝)정은 마을의 고령화가 가속화됐던 곳이다. 외지출신 농협 직원이었던 요코이시 토모지 아이디어로 나뭇잎을 상품화해 나뭇잎 비즈니스로 연간 2억 5000만 엔(한화 약 27억 원)상당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일본의 로컬에서는 사회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청년들로 채워 나가고 있다. `이토록멋진마을` 책에서는 `학교는 지역을 육성하는 곳이 돼야`라고 말하고 있다.

MZ세대에 대한 사회문화적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2021청년리빙랩해커톤 공모가 지난 11일부터 시작됐다. 대전대와 선문대가 주최가 돼 운영하는 `청년리빙랩해커톤`은 청년들에게 리빙랩 활동의 경험과 기회를 통해 지역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데 있다. 지역 청년이 중심이 돼 지역민들과 도시재생에 필요한 문제를 찾아내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세스와 필요한 기술멘토 및 프로토타입 제작 예산을 지원하며 청년 스스로가 리빙랩을 만들어갈 수 있는 오픈플랫폼을 제공한다. 또 대전시·아산시와 커넥트를 갖고 리빙랩 실현화에 실질적 도움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리빙랩해커톤으로 도출된 성과물은 2021 아산시 도시재생사업으로 온양지구 내 관광자원, 거리조성 등 시범사업으로 추진돼 하반기에 마무리된다. 대전도 탄소중립시민랩 사업으로 오는 12월까지 리빙랩 아이템을 현장화하게 된다. 청년리빙랩해커톤은 지속적인 로컬리스트 육성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MZ세대 청년들이 자신의 다양한 끼를 찾아, 각자의 꿈을 실현하면서 지역사회에도 정주할 수 있도록 선순환적 방향성을 확보해 나아가고 있다. 4차산업혁명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융·복합의 실현이다. 예비 청년창업가들의 N가지 혁신아이템들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지역 자치단체와 공공기관, 기업 등이 적극 나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안경환 대전대 LINC+ 사업단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