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한국수자원공사 부사장
이한구 한국수자원공사 부사장
최근 평택항 청년 근로자의 사망에 이어 부산신항 물류센터에서도 한 근로자가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근로현장에서의 연이은 사고는 우리가 얼마나 부실하고 위험한 사회에 사는지 깊은 반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이윤은 사람보다 앞서기에 안전불감증은 소리 없이 우리 내면의 일부로 남았으며, 안전사회를 열망하는 우리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2020년 산업재해 사망자는 2,062명이었다. 2017년 이후 매년 2,000명을 넘겼으며, 최근 4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6명의 노동자가 사고와 질병으로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셈이다. OECD에서 10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에게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안전문화가 형성되는 속도가 고도의 압축성장을 이룬 산업발전의 속도를 쫓아가지 못한 탓이겠다. 안전사회를 조성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행히도 최근 안전문화 형성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며 우리나라도 드디어 `안전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많은 이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계기로 우리사회에 안전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산업재해 예방을 국정과제의 높은 순위로 올리며 안전문화 형성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내놓은 `2021년 산업재해 사망자 수 감소 대책`은 실질적인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해 공공기관들 역시 안전을 화두로 기관의 경영방식과 안전 인프라까지 전면 강화에 나섰다. 한국수자원공사도 국민과 일터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람의 안전을 지켜야만 물 안전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시스템과 조직, 개인 등 전방위에 걸쳐 펼쳐진다.

무엇보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안전의 강도를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게 우리의 목표다. 이를 위해 한국수자원공사는 올해 글로벌 안전 기준인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 45001)을 취득했으며, 세계 표준에 따라 근로자와 방문객을 위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했다.

또 안전 조직과 인력 확대를 통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조직 문화 형성에 힘을 모으고 있다. 특히, 안전교육을 의무화하며 개인 차원에서 안전불감증을 극복하고 각자가 안전의 주체로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수도사업장 내에 위험관리 구역을 설정하는 등 방문객의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시설 분야 안전 수준도 높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실질적인 결실로 이어졌다. 우리 공사의 2020년 건설현장 산업재해자 수는 전년 대비 15% 감소했고, 관리시설 내 대국민 안전사고도 60%나 줄어들었다.

안전은 안과 밖에서 함께 지켜가야 한다. 법과 문화 등 거시적인 측면에서 안전의 제도화가 요구되며, 개인 차원에서 안전을 내면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안전은 노적성해(露積成海)의 이치와 같다. 한 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고 손가락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계속되면 우물에 소용돌이를 일으키듯이, 안과 밖 각각의 영역에서 안전의 기본기를 지킨다면 안전사회로 나갈 수 있다.

안전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기본기를 높이자. 중대재해처벌법은 한 방울의 물이고, 공공기관의 노력은 하나의 손가락이 돼야 한다. 여기에 더 나아가 5천만 국민 모두가 일상 속에서 안전을 지켜는 물방울이 되어주신다면, 안전사회라는 큰 물결의 흐름을 만들 수 있다. 다시는 불행한 죽음이 없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안전사회를 향한 국민 모두의 응원과 동참을 부탁드린다. 이한구 한국수자원공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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