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은석 목원대학교 스톡스대학 교수
원은석 목원대학교 스톡스대학 교수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빠르게 성장한 주식시장 때문에 `주식하세요?`라는 질문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었다. 이제는 2020년 말부터 암호화폐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코인하세요?`라는 질문이 어색하지 않게 됐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거래되는 화폐를 보통 `코인(coin)`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약 170종의 코인을 사고팔 수 있다. 이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코인이 바로 암호화폐의 대장, 비트코인(Bitcoin)이다.

암호화폐는 `크립토커런시(Cryptocurrency)`라고 하는데, 이는 `암호를 제작하는 기술`이라는 의미를 지닌 `크립토그라피(cryptography)`의 앞머리 `crypto`와 거래에 활용되는 지폐나 동전을 의미하는 통화, `커런시(currency)`의 합성어다. 비트코인은 2009년 최초로 대중에게 공개됐는데 생성되는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면, 아주 복잡한 계산 과정이 필요한 문제(해시함수)가 주어지는데, 이 문제는 누구나 접속해 도전할 수 있고, 문제 풀이에 성공하면 `특정한 데이터`인 `블록(block)`이 일정량 생성된다. 생성된 블록들은 만들어진 순서에 따라 고유 번호가 부여되고 다른 블록들과 서로 연결돼 저장되는데, 이렇게 블록들이 일련의 순서에 따라 서로 줄을 지어 있는 구조를 `블록들의 체인`이라는 의미를 지닌 블록체인(Block Chain)이라고 한다.

이 비트코인이 가치를 지니게 된 이유는 크게 희소성과 유통 가능성에서 찾을 수 있다. 처음부터 2100만 개의 비트코인만 생성될 수 있도록 설계해 그 수가 한정돼 있다는 점과 블록이 많이 생성될수록 새로운 블록을 만들기 위해 더욱 복잡한 계산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이해를 돕기 위해 구구단을 외우면 보상으로 엄청난 상금을 주는 대회가 있는데,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선착순으로 1단부터 2100만 단까지 배정되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유지된다. 그리고 거래 행위를 하면 그 기록이 여러 블록에 동시에 기록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비트코인을 위조나 변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디지털 데이터이기 때문에 1 비트코인을 작은 단위로 쪼개 소수점으로도 사고팔 수 있기 때문에 유통의 안정성과 효율성이 높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트코인이 구현한, 블록체인을 생성하고 유통에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에 점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암호화폐가 지닌 `가치`와 `유통성`이 부각됐다. 이러한 특성이 우리가 일상에서 `가치를 교환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온 돈의 역할을 대체해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산되면서, 암호화폐는 네트워크를 넘어서 현실에서 통용되는 돈의 가치와 엮이게 됐다. 이제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싶으면, 코인 거래소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내가 사용하는 은행 계좌를 거래소와 연동시킨 후, 은행 계좌에서 거래소에 원하는 금액을 이체시켜, 거래소에 등록된 코인을 돈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돈으로 가치를 사고팔 수 있는 장(場)이 열리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가치가 오르고 내림에 따라 수익을 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코인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새로운 투자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과 `실체가 없는 투기의 장`으로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이처럼 현재 코인시장을 대한 키워드는 `투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듯하다. `투자`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이후의 생각은 `어떻게 하면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구축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피해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인가`로 구체화된다. 하지만, `투자`에 가려져 아직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코인시장이 지금까지 성장하면서 증명해 온 `보이지 않던 가치의 창조`다.

앞서 제시한 비트코인을 사례를 살펴보자. `어려운 문제`는 해시함수를 활용해 암호화된 데이터를 생성하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그 기술은 비트코인이 등장하기 전에도 이미 존재했었다. 그리고 암호화된 데이터를 금융거래에 접목시키려는 노력도 꾸준히 이어져왔다. 그러나 암호화된 데이터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에 희소성의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유통해 새로운 화폐로서의 가능성을 `창조`한 사례가 바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다. 2009년에 첫걸음을 떼었으니 12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속적으로 진화했고 어느새 우리 곁에 `코인시장`이라는 구체적인 결과물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2009년 비트코인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노하우를 기록한 소스코드가 공개되자 비트코인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해 다양한 암호화폐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비트코인 이후 개발된 암호화폐들을 통틀어 `알트코인(Altcoin)`이라 하는데, 여기서 알트(Alt)는 대안을 의미하는 얼터너티브(Alternative)의 앞 글자를 따온 것이다. 초창기 알트코인들은 대부분 `유통`에 초점을 맞춰 거래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됐다. 이후 다양한 알트코인들이 개발되면서 블록체인 기술도 점차 진화했고, 새로운 활용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금융거래를 넘어 새로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개발된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하고 있고, 이 기술은 `코인`의 형태로 코인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대체불가토큰(NFT: Non Fungible Token)은 디지털 콘텐츠에 블록체인을 접목, 디지털 콘텐츠에 소유권을 등록해 위조나 변조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기술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프로농구(NBA)의 르브론 제임스가 덩크슛을 내리꽂는 짧은 동영상은 NFT를 적용해 `NBATOPSHOT`이라는 사이트에서 한정판으로 출시됐다. 그리고 이 한정판의 1번 영상은 20만 8000달러(약 2억 3000만 원)에 팔렸다. 이 영상에 적용된 NTF는 코인 거래소에서 플로우(FLOW)라는 코인으로 현재 거래되고 있다. 위조, 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의 특성을 활용하여 `디지털 콘텐츠 소유권`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인시장은 아직 불안하다. 아직 완만하게 제도권으로 안착되지 못했고 유명인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크게 출렁일 정도로 유동성이 크다. 하지만 아직 코인시장이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성은 크다. 키워드를 `새로운 가치의 창조`에 맞춰 코인시장을 바라본다면, 이후의 생각은 `어떤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을까?`, `기존 기술을 어떻게 새롭게 응용할 수 있을까`로 구체화될 수 있다. 원은석 목원대학교 스톡스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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