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현재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로 저출산고령화 추세의 심화를 들 수 있다. 인구보건협회와 유엔인구기금이 공동으로 발간한 `2020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1명으로, 세계 최하위인 198위로 나타났다.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우리 대전의 출산율 감소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2020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대전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전년 대비 8.8% 감소했고,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서울, 부산에 이어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정부에서 저출산 대응을 위해 200조 원이 넘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증가는커녕 오히려 감소 추세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는 이른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인구 규모는 국가와 지역의 지속가능성은 물론 미래 발전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인구 감소는 지역 소멸의 문제로도 직결된다. 이미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절반가량이 소멸위기 지역으로 분류돼 있으며, 그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2000년대 들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저출산 문제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이어지면서 이제는 대학의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인구의 감소와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 등으로 지역대학들이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예상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실제 2021년 정시 모집 결과 지역 소재 124개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2.7대 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으며, 상당수의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결과를 얻게 됐다. 문제는 지역대학의 위기는 해당 대학만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대학의 재정난이 가중되면 우선 교육의 질 저하는 물론 대학 주변 상권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며, 나아가 지역 청년 인재의 역외 유출 확대, 지역 산업·경제 활력 저하 등 그 파급효과는 실로 크다.

대학이 지역의 경제·산업·인재양성 등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에서 지역대학의 위기를 곧 지역의 위기로 인식하고, 지역대학 문제를 자치단체의 범주에 포함해 함께 풀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례로 지역의 행정·교육 당국과 지역대학들이 공동으로 참여함으로써 위기의 지역대학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광주시가 대표적이다. 얼마 전 광주시는 시교육청 및 지역 17개 대학과 업무협약을 통해 `광주 대학발전협력단`을 출범하며 지역대학 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시의 10여 개 부서에 흩어져 있는 28개 대학지원 관련 사업 총괄은 물론 법·제도 개선, 지역전략산업과 연계한 교육과정 특성화 추진 및 전문인력 양성, 청년 일자리 확충에 적극 협력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우리 지역 대전의 경우도 타지역과 마찬가지로 다수의 대학이 미충원 사태를 겪으며 올해 사상 최악의 입시를 경험했다. 대학이 맞닥뜨리게 될 위기 상황은 앞으로 더했으면 더했지, 나아지지는 않을 것임은 너무도 쉽게 예상되는 것이다. 개별 대학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더불어 지자체, 산업체 등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대학과 손잡고 함께 생존·발전하기 위한 시도가 더 늦기 전에 이뤄져야 한다. 전술했듯 대학의 위기는 일개 교육기관이 문을 닫는다는 의미 이상으로 지역사회 곳곳에 걸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다.

저출산에 따른 가파른 학령인구 감소는 지역대학의 위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 현상에 따라 지역대학의 위기가 심화되면 지역에 인재가 남지 않게 된다. 대학이 우수 인재양성과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지역에 청년일자리가 확대되면서 우수인력이 지역으로 몰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공동대응해야 한다. 지역대학이 살아야 지역사회가 산다는 생각으로 대학의 문제에 대해 지역공동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다.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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