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은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골격, 피부, 모발 등의 생물학적 특성의 차이로 구분한다. 하지만 `인종`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차별적 뉘앙스는 부정할 수 없다. 바로 서구 사회가 식민지 제도를 정당화하기 위해 백인 우월주의를 확산시켰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에 극단적인 인종 차별주의는 퇴색되었지만 최근에는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는 뉴스가 매일 같이 나오며 아시아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하철에서 난데없이 얼굴을 흉기에 베이고 급기야 총기 난사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일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와 같은 극단적인 인종차별은 한국사회에서는 일어나고 있지 않지만 한국 사회에 있는 많은 이주민들이 다른 인종차별로 아픔을 겪고 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한국사회의 인종차별 실태와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법제화 연구` 보고서에는 결혼이민자, 동포, 난민, 유학생, 전문직, 이주노동자, 탈북민 등 이주민 3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면접조사 결과 68%가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주민들이 인종차별을 느끼는 이유가 눈길을 끈다. 피부색이나 종교를 이유로 차별을 겪는 비율은 24%와 18%로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서구의 인종차별과는 다르다.

반면 한국어 능력(62%), 말투(56%), 출신국(56%)을 이유로 느끼는 차별은 비율이 높았다. 한국 인종차별은 쉽게 눈에 띄는 생물학적 이유보다는 출신국 경제 수준이나 말투 같은 일상적 이유로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인종차별이 발생하지만 인권위의 권고 말고는 정부와 시민사회의 적극적 대처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우리 사회에도 이미 많은 이주민들이 들어와 있고 다문화 가정과 혼혈 세대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 사회도 미국 사회처럼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기 전에 정부의 관심이 필요해보이는 시기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인종적·문화적 편견은 반드시 극복되어야 하며 피부색이 다른 것은 차이일 뿐, 우열을 판단하는 근거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한국 사회는 많은 이주민들에게 미국 사회와 같은 아픔을 주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상진 지방부 제천주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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