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법률사무소 나래 변호사
박상준 법률사무소 나래 변호사
서울과 부산의 시장 보궐선거가 코앞이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에 대한 각종 평가가 쏟아진다. 평가(評價)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값을 헤아려 매기는 행위나 그 값을 의미한다. 즉, 대상의 가치나 수준을 평하거나 그 가치나 수준을 말한다.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평가의 대상 자체가 필요하다. 연필 한 자루부터 어떤 특정 인물에 이르기까지 평가의 대상은 매우 다양하다. 또한 이러한 대상에 대한 평가는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평가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 역시 천차만별이다.

일례로 연필에 대한 평가를 하더라도, 평가자가 누구인지, 평가의 시기가 언제인지, 평가를 하는 지역이 어디인지, 평가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연필에 대한 평가결과는 극단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별다른 필기구가 없는 학생에게는 필기구로서의 연필은 대체불가능한 필수품이라 할 수 있고, 더 이상 연필을 사용하지 않는 이에게는 있으나마나한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만약 식재료로서의 연필의 가치를 평가한다면 대부분의 평가자에게 연필은 전혀 쓸모없는 물건이라는 평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처럼 연필은 그 자체 본질적인 변함이 없음에도 그 평가의 목적에 따라 평가되는 가치는 극단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평가라는 행위는 그 평가목적에 맞게 기준이 설정돼야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의 사생활과 관련하여 불미스러운 일들이 들춰지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이 들끓는 경우가 많다. 여론에 밀려 과거 학교 폭력을 일으킨 배우나 가수가 방송에서 퇴출됐다거나 음주운전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운동선수가 은퇴했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방송에서 계속 활동해 이를 지켜보기가 불편하고 차라리 방송에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불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이 계속 가수, 배우, 운동선수로 활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평가 목적에 비춰 학교폭력 가해자인지, 음주운전을 했는지 등의 평가 기준이 정당한 것인지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학교폭력을 저질렀으니 가수를 하면 안 된다`, `음주운전을 했으니 선수 생활을 계속하면 안 된다`는 것인데 그들이 해당 직업을 영위하는 이유는 노래, 연기, 운동을 잘하기 때문이지 사생활이 모범적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가수는 노래를 잘 해야 진짜 가수이고 배우는 연기를 잘 해야 진짜 배우이며 운동선수는 운동을 잘해야 진짜 운동선수인 것이다. 직업인으로서의 그들에 대한 평가는 노래를 잘 하는지, 연기를 잘 하는지, 운동을 잘 하는지에 기준을 둬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노래를 못하지 않는 한, 연기를 못하지 않는 한, 운동 기량이 떨어지지 않는 한 이들은 계속 자신의 직업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사생활의 문제로 강제로 직업을 빼앗는다면 이는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필이 식재료로서 가치가 없으니 연필을 없애야 한다는 결론에 동의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과거에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가창력, 연기력, 운동기량을 인정받아 여전히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결국 사생활에 문제가 있으니 가수나 배우, 운동선수로 활동을 하면 안 된다는 극단적인 평가는 잘못된 것임이 밝혀진 것이다.

다시 선거 문제로 되돌아오면, 선거는 권력을 행사해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정치인의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가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아 위 기준에 적합한 사람에게 투표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선거의 본질적인 목적을 도외시한 채 온갖 흑색선전과 비방이 난무하고 진영논리에 따른 묻지마식 지지와 반대만을 한다면 선거제도의 존재의미 자체마저 회의하게 만들 수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평가 기준에 더 부합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평가해 그에 따른 이성적인 투표를 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해 본다.

박상준 법률사무소 나래 변호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