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대전일보DB·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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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제조업을 주력으로 하는 대전지역 한 중소기업은 지난해 매출이 반토막 났다. 업종 특성상 건설업 경기 영향을 받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제품 주문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공장을 멈출 수는 없어 은행 대출을 알아봤지만 매출 악화로 인한 기업 신용도 하락으로 거절당했다. 회사 대표 A 씨는 "여건이 좋은 기업들은 은행 쪽에서 먼저 대출을 받으라고 권유한다던데 정작 대출이 필요한 업체들은 대출 신청조차 어렵다"며 "감염병 확산으로 기업하기 힘든 마당에 대출까지 막히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푸념했다. 이어 "어려워진 자금사정에 대출을 받으려 해도 금융업계에선 전년대비 혹은 현재 매출을 통해 기업 대출 상환 능력을 심사하기 때문에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은 대출 신청 자체가 쉽지 않다"며 "경제가 다 잠식돼 있는 상황에서 어려운 고비를 잠깐이라도 넘길 수 있도록 대출기준을 완화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 호소했다.

지역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매출부진으로 대출을 받으려 해도 낮아진 신용도에 대출 신청 자체가 힘든 구조다. 정부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책자금이나 대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대상 기준에 부합되지 않거나 지원금액이 적어 사실상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지원 기준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들의 현 매출 실적을 고려한 `신규 신용평가모형` 개발·적용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실제 도입 여부는 미지수다. 각 중소기업의 매출 감소를 입증할 지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규 신용평가모형은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격히 하락한 기업들의 실적을 감안해 기존 신용평가모형에 지난해 상황을 한시적으로 적용한 모형을 말한다. 이충묵 중기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은 "대다수 중소기업들의 매출이 크게 줄어 기존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하면 대출 신청은커녕 기존 대출까지 다 회수당해야 한다"며 "중소기업들이 금융거래에서 숨통이 트일 수 있도록 신용평가모형을 별도로 만들어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 건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중소기업인들도 "대출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제2금융권으로 넘어가는 중소기업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에 자금난이 더해져 압박을 받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신규 신용평가모형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29일 중소기업연구원이 발표한 `KOSBI 중소기업 동향 2021년 3월호`에 따르면 전국 중소기업의 실적지수는 65.1로, 전달과 비교해 0.8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포인트 떨어졌다. 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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