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섭 편집부장
송원섭 편집부장
한 시골 마을 낡은 외양간에 소 한 마리가 있었다. 어느 날 소는 주인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외양간을 탈출했다. 며칠 뒤 주인은 외양간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시장에서 또 소 한 마리를 사다 그 외양간에 넣었다. 그러고는 달아난 소만 탓했다. 이솝우화가 아니다. 작금의 LH 투기의혹과 관련, 세간에 도는 부정적인 말을 빗댄 예다.

최근 경기도 광명과 시흥에서 촉발된 LH 직원들의 투기의혹이 국회의원은 물론 자치단체장, 공무원 등 전국으로 번지며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코로나도 울고 갈 정도다. 지분쪼개기, 벌집주택 등 방법과 수법도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세종시는 여론의 관심 속에 부랴부랴 자체 조사를 한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자진신고자 외 공무원 투기는 없었다고 발표했다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난과 함께 압수수색을 당했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공직자 이해충돌 문제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이해충돌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개인과 조직의 이익이 상호 충돌하며 공정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국회 상임위에서 얻은 정보로 본인 지역구에 다수의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은 손혜원 전 의원이나 국토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가족과 측근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산 무소속 박덕흠 의원은 단군 이래 최대의 이해충돌 사례로 꼽힌다.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정치권이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3년 처음 국회에 발의된 후 입법 당사자인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의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4·7재보선을 앞두고 여론에 등 떠밀린 모양새가 못내 아쉽긴 하지만 여야가 입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생선을 고양이한테 맡기고는 하나 둘 없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를 지키지 못한 고양이만 탓하며 또 다른 고양이로 바꾸는 우(愚)를 다시는 반복해선 안 된다. 비록 소는 잃었더라도 이번만큼은 꼭 외양간을 고쳐야한다. 송원섭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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