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노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지향성평가사업단장
이금노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지향성평가사업단장
`총알배송`, `오늘 도착`, `릴레이 배송`, `1시간 배송` 바야흐로 `배송전쟁`의 시대다. 1인가구와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배송 수요가 늘면서 배송이 유통업계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고 배달앱을 통한 음식배달 서비스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거래가 일반화된 것도 배송 수요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배송시장의 가파른 성장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통합물류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시장 물동량은 34억 박스로 1인당 연간 65박스에 달하고 2019년에 비해 21%나 증가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온라인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한 거래액을 17조 4000억 원 규모로 집계했고 전년보다 79%가 늘어난 수치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배송 전쟁의 핵심은 속도이며 빠른 배송은 온라인 플랫폼과 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물류혁신의 결과다. 배송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소비자의 생활도 한층 편해졌다. 온라인으로 구매한 상품이 하루 이틀이면 내 손 안에 도착하고 온라인몰에서 어패류와 같은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것도 이제 어색하지 않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며칠을 외출하지 않아도 가격과 후기까지 비교하면서 배달앱을 통해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배송 서비스가 속도 중심으로 평가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안전이나 품질, 환경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동량 증가와 속도에 몰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교통사고 전체 사망자 수의 지속적인 감소세에도 오토바이 같은 이륜차 사망자는 지난해 10월 기준 전년에 비해 9% 증가했는데 음식주문 등 배달 서비스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새벽배송 서비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송지연에 대한 사업자의 자체 보상기준이 없고 유통기한 등 표시가 미흡했다. 배달앱 이용이 폭증했음에도 개인정보보호, 입점 식당이나 원산지 표시 정보, 배달료에 대한 배달앱 사업자의 책임 범위도 모호했다. 이들에게는 온라인 거래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전자상거래법도 적용되지 않고 있다. 배송물량 증가와 함께 일회용품과 같은 자원의 낭비나 폐기물 처리 등 환경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유통업계가 속도 지상주의 배송 전쟁에 빠져있는 사이 자칫 소비생활의 중요한 측면이 간과될 수 있다. 최근 배달앱 사업자에게 소비자에 대한 정보제공 책임 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소비자도 배송 전쟁의 속도 이면에 있는 소비의 또 다른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때다.

이금노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지향성평가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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