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나성실은 베테랑 상담원이다. 상담 업무에 있어 프로페셔널 그 자체다. 그러던 어느 날 사내 메신저로 공지 하나가 올라온다. AI상담원 도입으로 기존 인력 90%를 해고한다는 내용이었다.그는 가까스로 해고를 면하지만, 남은 인원도 3개월 간 평가 후 VIP담당 소수만 남긴다는 게 회사 방침. 곧바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에 나선다. AI로는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절치부심한 그는 마침내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낸다. 바로 `인간미`. 회사가 권장하는 천편일률적 화법에서 벗어나, AI가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감성 상담`을 시작한다. 짜증나고 힘들어하는 고객들에게 `상황에 맞춰` 음성 하나로 개그 코드를 녹여낸다. 이 대목에서 그렇다면 `결국 AI는 인간이 맞서야 할 존재인가`라는 물음과 마주한다. 이 물음 앞에 마이크로소프트사는 `AI를 위한 준비: AI가 아시아의 일자리와 역량에 갖는 의미(국문, 영문)`란 백서를 통해 청사진을 제시한다.백서에 따르면 AI도입으로 2028년까지 아시안 6개국 산업과 직종 전반에 미래 일자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경우엔 경제 효과로 이어져 2037년까지 전체 고용이 12% 상승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무려 9300만 개의 일자리 증가를 의미한다. 특히 AI에게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를 맡기게 되면 근로자들은 사고 과정이 필요한 고차원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내용이 주목을 끈다.

그래도 실직 위기에 놓인 근로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에 백서는 `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성실처럼 `기존이 아닌 새로움`을 개척할 수 있도록 근로자에게 충분한 교육환경을 제공해 새로운 일자리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 마련이다.

우리가 흔히 `사` 자 직업이라 부르는 판사나 검사는 `事(일 사)`자를 쓴다. 자원(字源)을 살펴보면 정부 관료인 `사관`을 뜻한다. 이는 고차원의 전문성과 지식 그리고 판단이 요구된다.

또 옛 고위직인 관찰사·대사·어사 등의 `사` 자는 `使(하여금 사)`다. 그들로 `하여금 함께`라는 공존의 뜻으로 풀이된다.

4차 산업이 `사(事·使)차 산업`이 될 수 있는 상생의 메시지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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