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철학 (신승철 지음 / 흐름출판 / 252쪽 / 1만 5000원)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 대한민국 국민 4명 중 1명은 반려인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은 이제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이와 같은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고, 반려동물들을 위한 복지제도 개선 등을 목적으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조사 항목이 추가되기도 했다.

개와 함께 오랜 시간 인류의 사랑을 받아온 반려동물이 있다. 바로 고양이다. `집사(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들은 고양이에게 개와는 다른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무관심한 듯 인간의 곁을 맴돌면서도, 인간의 영역에서도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허공을 바라보며 꼬리를 살랑거리는 고양이를 보고 있노라면 사색에 빠진 작은 철학가를 떠올리게 된다.

`묘한 철학`은 저자가 지난 8년간 `대심이`, `달공이`, `모모`, `또봄이`라는 네 마리의 길고양이들을 입양하고 돌보며 얻은 철학의 지혜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총 18개의 수업을 통해 미셸 푸코의 `자기통치` 개념, 펠릭스 가타리의 `횡단`과 `배치` 개념에서부터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 개념, 자크 데리다의 `환대` 개념, 피터 싱어의 `유정성`과 `가장자리 효과` 개념에 이르기까지, 줄곧 난해하다고 여겨왔던 철학적 개념들을 고양이들의 생태 및 습성과 연결 지어 쉽고 간결하게 설명한다. 나아가 고양이들의 행동들로부터 가장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통찰을 이끌어낸다.

고양이의 생태와 철학의 주요 개념을 씨줄과 날줄처럼 잘 교직해낸 문장을 읽는 즐거움에 더해, 저자 부부와 네 마리의 고양이들이 만나는 과정과 `2인 4묘`가 만들어내는 일상의 소묘 같은 장면들을 읽는 즐거움도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 8년차 집사인 저자와 그보다 훨씬 더 고양이들을 돌보고 챙기는 저자의 아내, `묘르신` 대심이부터 다정다감하지만 수줍음이 많은 달공이, 쾌활하고 발랄한 모모, 안구 적출 수술을 받아 한쪽 눈이 보이지 않지만 애교 많은 막내 또봄이.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삶과 공존, 생명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돌봄의 진정한 의미를 마음으로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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