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기자
김성준 기자
학교폭력이 디지털 시대를 만나면서 현실공간을 넘어 온라인 공간으로 확산되고 있다. 단체 대화방에 특정 학생을 초대해 욕설을 퍼붓고 대화방을 나가면 다시 초대해 괴롭히는 메신저 감옥, SNS 게시물에 인신모독성 댓글을 달거나 언팔로우 해 따돌림을 유도하는 방식 등 과거 자행되던 물리적 폭력이 메신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사이버 학교폭력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등교수업이 제한되고 원격수업이 늘면서 더욱 심해졌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폭력은 1.6%에서 0.9%로 0.7%p 감소한 반면 사이버 폭력은 8.9%에서 12.3%로 3.4%p 증가했다. 메신저와 SNS로 언제 어디서든 맞닿을 수 있는 초연결사회가 인간의 폭력성과 결합해 도리어 특정 인간을 고립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SNS와 같은 온라인 네트워크 기술은 새로운 형태의 학교폭력을 생산하는 동시에 과거 학교폭력에 대한 폭로창구로 기능하고 있다. 최근 연예계와 체육계를 중심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학교폭력 미투(Me too) 현상만 살펴봐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학교 폭력을 공론화·해결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무리 오래전 저지른 학교폭력이라도 자신에게 피해로 돌아올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일종의 학습효과를 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공소시효 만료에 따라 형벌권은 소멸됐을지언정 연예계 퇴출, 국가대표 선수 자격 박탈 등의 형태로 피해 보는 가해자의 모습은 일종의 학습효과를 준다. 학폭 미투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은연중 자신도 누군가에게 폭력의 가해자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을 것이다. 일상 속 폭력에 대한 자기검열로 이어진다면 더욱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순기능도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는 없다. 교육당국은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예방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최근 심의·의결된 `학교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보호 체계 개선 방안`처럼 학교운동부뿐만 아니라 학교현장 전반에서 폭력을 예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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