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대전 중구 커플브리지 계단 뒤편에 쓰레기가 방치된 가운데 무분별한 낙서가 그려져 있다. 사진=이태민 수습기자
지난 7일 오후 대전 중구 커플브리지 계단 뒤편에 쓰레기가 방치된 가운데 무분별한 낙서가 그려져 있다. 사진=이태민 수습기자
"연인끼리 방문해도 즐길 수 있는 시설도 없고,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도 거의 없습니다."

7일 오전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커플브리지(Couple Bridge) 앞. 이곳은 대전 동구와 중구를 잇는 보도교다. 과거 원도심 번화가의 중심지로 80-90년대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인기를 끌었던 장소다.

대전시는 원도심을 살리기 위한 복안으로 해당 위치에 커플브리지를 설치했다. 총 사업비 30억 원(시비 15억·국비 15억)을 들여 지난 2019년 3월 착공, 1년여 만인 지난해 3월 준공을 마쳤다.

그러나 지역 문화관광자원을 연결해 원도심을 활성화한다는 당초 목표와는 달리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방문하는 시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인기가 추락했다. 이용하는 시민들도 적을뿐더러 시설물도 낙서 투성이지만,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또 원형 무대와 이벤트 공간 등 공연이나 전시를 열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됐지만, 행사 장소로 외면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연을 자제해 달라는 요구는 접어두고라도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이벤트가 없기 때문이다.

대전에서 버스킹 활동을 하는 A씨는 "대전천 인근 공연 장소로는 인구 유동성이 높은 은행교나 목척교가 선호된다"며 "커플브리지는 이용객도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시민들을 모이게 할 만한 것들이 없어 공연 장소로 꺼려하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디자인과 설계 측면에서도 아쉬움도 크다. 커플브리지는 연결과 소통, 만남의 공간이라는 테마를 반영해 문화공간 2곳과 `S자` 형태로 지어졌지만, 정작 시민들은 다리의 디자인이 오히려 보행에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많다.

남편과 커플브리지를 찾은 B씨는 "객석 폭이 좁아 앉기도 불편하고 철제 난간 때문에 경치를 감상하기도 불편하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이와 관련 조성칠 시의원은 "동서를 잇는 보도교 역할인지, 커플들 모이게 하는 문화공간인지 정체성 정리가 필요하다"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요소를 마련하는 등 커플브리지를 조망했을 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전시 한 관계자는 "커플브리지의 디자인에 대해선 작년 12월부터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고 있다"며 "지장물에 대한 조치와 조명 설치 등을 계획하고 있다. 사용 가능한 예산을 최대한 활용해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상원 기자·이태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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