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직계가족이라도 일정 수 이상 모임이 허용되지 않던 코로나19의 집합금지 조치가 15일부터 완화된다.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로 일부 가족은 전통 설에도 서로의 얼굴을 대면 못한 채 떨어져 지내야 했다. 평소 같으면 떠들썩했을 설날 풍경이 고독하게 바뀌었다.

`무소유`로 유명한 법정 스님은 1978년 이해인 수녀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두루마리에 붓으로 써 한 편의 서예 작품과도 같은 편지에서 법정 스님은 수도자의 고독을 설명했다. 그는 "단절된 상태에서 오는 고독쯤은 세속에서도 다 누릴 수" 있지만 "수도자의 고독은 단절에서가 아니라 우주의 바닥 같은 것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또 "주린 자만이 고독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고독을 배우자고 편지글을 맺음 했다.

`주린 자`가 고독한 것은 맞다. 문제는 고독할 뿐만 아니라 고독하게 죽기도 한다는 점이다.

세계 석학 7인이 코로나 이후 인류 미래를 조망한 책 `오늘부터의 세계`를 보면 미국은 빈곤층 가운데 5만 명이 매년 오피오이드(Opioid, 마약성 진통제) 중독으로 죽는다. 삶이 곤궁해지고 피폐해지니 약물에 기대다 목숨을 잃는다. 사회학자들에 따르면 사회적 가치가 급변할 때 자살 증가 경향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경우가 `집단 해고`이다. 집단 해고처럼 존재감이 무너지는 일들과 자신의 가치가 추락했을 때 선택하는 자살이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1990년대 중반까지 OECD 평균 이하였다. 현재는 1위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는 한국의 자살 급증 원인으로 IMF 체제하에서 커진 고용 불안과 고용 안정성 후퇴를 주목했다. 자살 급증이 점점 개인화, 파편화 되는 사회구조 속에서 복지 제도는 발 맞춰 발전하지 않고 대가족제도에서 이뤄져오던 돌봄 방식마저 해체되며 생긴 사회현상이라는 진단이다.

코로나19가 신종 감염증에서 사회참사로 확산되며 자살률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사람 죽는 건 안 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서 죽는 건 괜찮은가?" 정치권도 회피해서는 안된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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