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법률사무소 나래 변호사
박상준 법률사무소 나래 변호사
설날이 코앞이다. 지인끼리 선물을 주고받으며 정을 나누는 때다. 그런데 항상 이맘때가 되면 원산지를 속인 `한우` 선물세트를 팔아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등장, 눈살을 찌푸리게 하곤 한다. 원산지를 속이고 물건을 파는 행위는 사기다. 사기는 형사적인 처벌을 받는 죄가 되고, 민사적으로는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다. 물품판매가 사기에 해당하는지와 관련해 항상 문제되는 것은 `고의의 기망행위`가 있었는가, `기망행위로 인해 착오에 빠져 구매행위를 하였는가`이다.

통상 상인은 자신의 물건이 최고의 품질이라고 하면서 물건을 파는데 엄밀하게 따지면 최고의 품질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말 그대로 `최고`의 품질은 실제로는 존재하기 힘들다. 또한 물건을 파는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 과장과 허세가 들어갈 수 밖에 없고 구매자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의 과장광고는 당연히 예상되는 것이어서 이러한 상인의 상술을 두고 마냥 기망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한우인 이상 `최상급` 한우라고 판매한다고 해 무턱대고 사기라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또한 강도, 절도 등과는 달리 사기는 피해자의 의사에 따른 구매행위가 존재해 일반인으로서는 자신이 선택,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사기를 당했는지조차 잘 알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원산지를 속이거나 성분을 속이거나 하는 등 명백히 사실과 다른 광고를 해 물건을 판매하는 행위는 거래관계에서 지켜야 할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 명백히 사기에 해당한다. 한우가 아님에도 `한우`라고 판매하는 경우다.

소비자 역시 한우라는 이유로 더 많은 돈을 지불한 것이어서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런데 이러한 원산지를 속이는 판매행위가 사기로서 죄가 되고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됨에도 불구하고 매번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사기 등 재산범죄에 대한 우리 법률체계의 대응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판매사기에 대한 법률적 처리는 크게 형사적인 처벌과 민사적인 손해배상이 있는데, 형사적으로 사기판매자는 죄가 되더라도 피해자의 손해에 대해 배상하거나 공탁을 하는 등으로 피해를 회복하는 조치를 하면 통상 실형을 선고받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민사적으로도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소를 제기해 손해배상을 청구, 사기를 인정받아도 그 배상금은 원래의 상품가치에서 추가로 편취한 금액의 차액 상당에 불과해 어렵게 소송을 해서 본전을 회복하는 것이 전부다. 결국 사기판매자 입장에서는 형사적으로는 징역형의 실형 선고로 구금되는 등 중형을 받을 가능성이 별로 없고, 민사적으로도 피해자가 청구할 경우 초과이익만큼만 다시 돌려주면 사건은 해결되는 것이다.

만약 사기판매가 발각되지 않으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도 있는 것이어서 `밑져야 본전`인 셈이다. 이에 반해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기판매자를 고소, 수사기관에 가서 진술해야 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러한 지난한 과정을 거쳐 얻는 결과는 원래 자신이 입지 않았어야 할 손해금액의 회복 정도에 그친다. 사기판매자에게는 사기를 조장할 유인이 되고, 피해자에게는 사기 피해를 사건화하는데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다수의 소액 피해자가 발생해도 사기로 사건화되기 힘든 이유다. 물론 양심적으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겠지만, 순간 불순한 마음을 먹고 판매사기를 계획하더라도 법체계가 범죄예방측면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형사적으로는 죄수 및 경합범 처리와 관련, 각 사기 피해자별로 형을 정해 합산하는 방식 등 양형체계의 변화, 민사적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재산범죄에 위자료를 도입하는 방식 등으로 이러한 사기범죄에 실질적인 대응이 되는 법체계를 구성할 필요성이 있다. 얄팍한 상술로 지인들과 정을 나누는 즐거운 명절이 망쳐졌다는 기사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박상준 법률사무소 나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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