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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 대북 원전 추진 문제의 본질

2021-02-03 기사
편집 2021-02-03 07: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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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연초부터 북한에 원전을 제공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정가가 뜨겁다. 감사원의 탈원전 감사 직전에 삭제된 파일 중에 대북 원전 추진을 의미하는 폴더가 있었고 이로 인해 이적행위라는 주장과 북풍이라는 주장이 충돌하며 태풍급으로 확대된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의 발표에 의하면 단순한 공무원 개인의 검토일 뿐이고 어디에 보고한 내용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문서의 형식이나 출처에 관해 엇갈린 보도가 제기되고 있어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문제를 차분히 들여다보자. 대북 원전 제공 계획은 북한 비핵화에 따른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불법행위가 된다. 국제법상으로 두 가지 조건이 따른다. 하나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대북제재 해제 또는 유엔 대북제제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2006년 북한 핵실험 이후 만들어진 유엔 안보리 결의 1718을 포함한 총 10개의 대북제재가 북한에 대한 핵기술 제공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핵확산방지조약(NPT) 차원의 의무로서 북한이 동 조약에 복귀해야 원전 지원이나 관련 기술 제공이 가능하다. NPT는 핵을 개발하는 비회원국에 핵기술 이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기술이전 문제를 논의해야 하지만, 이는 계약법 상의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국제법상의 불법행위는 오직 행위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묻는다. 따라서 북한에 원전 제공이나 관련 기술의 이전을 검토한 것만으로는 불법으로 볼 수 없다. 문제는 국내법에서 비롯된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 개최된 북한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핵잠수함을 건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모두가 대한민국에 커다란 위협이 될 전략무기들이다. 문제는 북한 비핵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에 원전을 제공하거나 관련 기술을 제공할 경우 국익에 손실을 가져온다는 점이다.

한국형 원자로의 경우 재처리 후 플루토늄을 적게 생산한다고 하지만 이를 완전히 방지할 수는 없다. 따라서 북한에 원전을 제공하는 경우 핵물질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핵무기의 원료를 제공하는 일이 된다. 원전을 제공하지 않고 일부 기술만을 건넨다 해도 문제의 심각성은 여전하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영변 원자로는 1986년부터 가동된 '구형' 모델이다. 이를 발전시켜 핵잠수함에 사용될 소형원자로를 만들기는 그만큼 어렵다. 그런데 한국의 최신형 원자로 기술을 확보할 경우 핵잠수함 건조가 용이해진다. 일각에서 원전이나 원전 기술 제공이 이적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더구나 형법 99조의 이적죄는 미수범도 처벌하게 되어 이를 검토하고 추진한 것만으로도 구성요건을 구성할 수 있다.

사안이 커짐에 따라 산업부는 문서를 공개하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가 있다. 전체 문서를 모두 공개한 것도 아니고, 선택적으로 공개한 문서도 문제의 공무원 컴퓨터가 아닌 동료 컴퓨터에서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윗선의 지시 없이 스스로 만든 문서라면 굳이 내부검토용이란 표시를 문서의 제일 앞에 다는 것도 이상하다. 여전히 의혹이 남는다.

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불법적인 문서를 만들 이유는 없다. 하지만 감사를 받기 전에 파일을 삭제하는 일도 드물다.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사안을 적당히 덮어버리는 관행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민주주의는 투명한 정보공개 속에서 꽃을 피운다.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지루하게 이어질 정치적 논쟁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전체 문서와 획득과정을 국민 앞에 공개하고 '상식'의 선에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문제의 발단이 된 탈원전 정책 추진과정의 문제점들을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대북 원전 추진보다 더 중요한 문제의 본질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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