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고시 확정 관련 지역 정치권 침묵 분위기

[사진=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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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동안 대전에 뿌리를 내린 중소벤처기업부의 이전이 결국 현실화 되면서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압도적인 중기부 이전 반대 여론을 뒤에 업고도 상황 반전에 실패하며 정치 역량의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 지역 출신 박병석 국회의장(서구 갑)과 허태정 대전시장 및 5개 기초단체장,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위원장(대덕구)을 비롯한 이상민(유성 을)·박범계(서구 을)·조승래(유성 갑)·황운하(중구)·장철민(동구) 지역구 국회의원, 시의원 등 여당 일색인데도 중기부 이전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중기부 이전이 오래 전부터 예견됐어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했던 것 아니냐`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 정치 구도 상 정부와 한 배를 타고 있는 여당이 우세, 중앙당과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중기부 이전을 저지하는데 적극 나서지못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7일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행정안전부가 중기부 세종 이전을 골자로 하는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에 대해 고시하면서 이전을 위한 절차는 일단락 됐다. 중기부가 행안부에 `세종 이전 의향서`를 제출한 지 3개월 만이다.

이전 사유는 정부조직법 개정에 의한 `부` 승격, 정책 유관기관 간 업무협력을 통한 행정효율성 강화 등이며, 중기부는 오는 8월까지 세종시로 이전하게 된다.

이는 지역 여론과 정반대의 결과다. 지역 정치권 역시 그동안 피켓시위나 천막농성 등을 진행하며 지역민을 향해 중기부를 꼭 사수해 내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대전 홀대의 완결판`으로 받아들여지는 중기부의 세종 이전을 저지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에 맞서 이렇다 할 대응조차 하지 못한 채 중기부를 빼앗겼다는 비판론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중기부의 세종 이전 추진은 민선 6기 권선택 전 시장 시절부터 추진돼 왔다가 권 전 시장의 정치적 역할 등으로 일단 수그러든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결국 대전시의 미온적 대처로 중기부 논란은 이전으로 일단락됐다.

행안부 고시를 통해 중기부 이전이 확정되자, 지역 정치권은 불만 혹은 반발보다 침묵이 주된 분위기다. 그나마 논평을 통해 대안 마련을 촉구한 국민의힘 대전시당을 제외하면 뚜렷한 입장 표명은 없는 상황.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지난 15일 중기부 이전 고시와 관련,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나 막상 결정되고 나니 또 울화가 치민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당 차원의 사과나 입장 표명조차 내놓지 않았다. 그나마 일부 여권 인사들은 SNS 등을 통해 나름 사과와 반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유성구 갑)은 자신의 SNS를 통해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전에 더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상응 조치가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시민들의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장종태 서구청장도 SNS를 통해 "지역민의 의사를 철저히 외면한 일방적인 조치에 유감을 표한다"며 "돌아보면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시민의 열망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음을 뼈아프게 반성한다"고 밝혔다.

또 박영순 민주당 대전시당 위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쉽지만 부처 간 업무협의 효율을 위해 중기부가 이전 하게 됐고, 이전 반대 문제는 일단락 된 것"이라며 "정부에 중기부 이전과 동등한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안타깝고 화가 나는 결과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 지역 국회의원이 모두 같은 정당이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한계"라며 "중기부 이전 반대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애초에 정부 정책을 역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승현·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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