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주택과 불과 1m 거리…전자파·소음 등 안정성 검사 없어

13일 오후 서구 관저동 1965-6번지 4층 테라스 옆에 200평 규모의 태양광 구조물이 설치돼있다. 사진=조은솔 수습기자
13일 오후 서구 관저동 1965-6번지 4층 테라스 옆에 200평 규모의 태양광 구조물이 설치돼있다. 사진=조은솔 수습기자
대전 서구 관저동 다세대주택 4층에 거주하는 김 모씨는 지난 13일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모씨는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에 나가보니 옆 건물에 200평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됐다는 것. 문제는 그의 가족들의 보금자리인 주택과 태양광 시설이 약 1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 모씨는 "처음에는 옆 건물에서 주차장을 짓는 줄 알았는데 하루만에 태양광 구조물과 모듈이 생겼다"며 "대전시와 서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태풍이 불어 태양광 시설이 우리집 방향으로 넘어오거나 전자기파, 화재 등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서구 관저동을 비롯해 다세대 주택 등지에 태양광시설이 설치되면서 주민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지만, 지자체에서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따라 태양광 발전시설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14일 대전시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 현황을 보면, 2018년 84개소를 시작으로 2019년 88개소, 2020년 111개소에 이어 이날 현재 533개소 등으로 집계되면서 매년 증가 추세다.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 절차는 대전시 등 광역단체에 접수된 사업 신청서를 관할 구청에서 검토한 뒤 광역단체에서 최종 승인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민원 등 주민 불편 발생에 따라 승인을 거부하거나 보류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구청 한 관계자는 "태양광 시설 높이가 5m 이상이 넘지 않거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설치를 허가해주는 게 일반적"이라며 "관련 민원이 들어와도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고 밝혔다. 최종 승인권자인 대전시 한 관계자도 "태양광 설치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를 위임받았기 때문에 결격 사유가 없으면 설치를 허용해야 한다"며 "해당 법률에는 태양광 시설을 철거할 수 있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마련되지 않아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저동 태양광 시설 민원에 대해서도 허가 취소 등 제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대전시의 입장이다. 시 한 관계자는 "일반 태양광 시설 허가와 관련해 하나하나 주민들과 협의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관저동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의 경우 3000kW 이하로 나타나 환경영향평가 대상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 차원에서 만큼 태양광 시설 설치 허가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전시 에너지 조례 제5조에는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시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 대형 발전·송전시설, 자원회수시설을 이용한 열병합발전소 시설이 들어설 경우 해당 지역주민과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태양광 시설은 해당 조례에 포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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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구 관저동 1965-6번지 3층 베란다 창문 앞에 태양광 구조물이 설치돼있다. 사진=조은솔 수습기자
13일 오후 서구 관저동 1965-6번지 3층 베란다 창문 앞에 태양광 구조물이 설치돼있다. 사진=조은솔 수습기자
대전 서구 관저4지구 주민자치회 주민들이 대전시에 의견 전달을 위해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은솔 수습기자
대전 서구 관저4지구 주민자치회 주민들이 대전시에 의견 전달을 위해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은솔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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