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충격적인 사건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희생자의 이름을 딴 `네이밍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는 것은 결코 낯선 모습은 아니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의 입법은 분노한 국민 감정에 호응해 처벌 수준 강화에만 집중한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법이 없어서 이 지경까지 왔을까. 서로 책임 떠넘기다 이 지경까지 왔다.
경찰이 학대 신고 접수 다음날 부서장과 담당 경찰관이 모여 사건을 재검토하는 `전수합동조사`를 `정인이 사건`에서는 3차례 모두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담당 경찰관들은 "112신고 접수 때만 조사를 하는 줄로 알았다"고 변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한을 가진 주체가 많아질수록 사건은 복잡해지고 해결은 더뎌진다. 책임을 떠넘기다 보니 조사·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근원적 대책`은 어디에서도 작동하지 않는 배경이 된다.
법이 아닌 구조적 문제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재탕되는 실효성 없는 `뒷북 졸속 입법`은 또 다른 위험을 낳는다. 앞서 언급했듯 법이 없어서 이 지경까지 온 것이 아니다. 서로 책임 떠넘기다 이 지경까지 왔다. 무엇이 문제인지 잘 따져보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는 제도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정인이 사건으로 정(正)인(人)이 새겨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서울지사 백승목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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