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의 마음도 모른 채 자기 얼굴 크기 만한 마스크를 쓴 아들은 총총히 학교로 향했다. 우리는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바이러스 환란을 겪고 있다. 매일 적게는 기백명 많게는 기천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인위적으로 정지된 사회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국내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애달픈 사연은 따로 부연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몹시 마음을 쓰며 애를 태운 `노심초사`, 거센 비바람이 함께 쏟아지는 `풍우대작`. 중소기업인들이 꼽은 올해 경영환경을 빗댄 사자성어라고 한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일이기에 우리 모두 어찌 할지 몰랐다. 경제 세포 곳곳에 침투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중소기업, 소상공인·자영업은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이내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까지 와버렸을지 모른다. 갈피를 못 잡고 헤맸더니 2020년 끝 자락에 섰다. 한 해를 되돌아보면 세상은 온통 회색빛이어서 1년을 통째로 삭제하고 싶은 마음이다. 대전의 한 경제계 인사는 `내년엔 나이를 한 살 빼자`고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맞다. 그게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어김없이 새해가 밝아온다. 부지런함을 상징하는 소의 기운을 받게 될 신축년. 희망을 버리면 절망이지만, 희망을 넘어서는 건 절망을 직시하고 용기 있게 나설 때 가능하다고 한다. 올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맥을 못 추었지만 새해는 꿈과 희망만으로 가득한 새해가 될 수 있도록 용기를 내자. 한 없이 주저앉았던 중소기업, 소상공인 모두 힘내자.
취재3부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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