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3부 김용언 기자
취재3부 김용언 기자
"아빠 소풍가면 재미있어?" 8살 초등학생 아들이 물었다. 머리칼에 하얀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 30대 후반의 사내는 답했다. "그럼, 너무 재미있지, 친구들하고 김밥도 나눠먹지…"아들에게 자신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해주던 사내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산과 들로 천렵을 다니던 자신의 어린 시절과 비교하니 아들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아비의 마음도 모른 채 자기 얼굴 크기 만한 마스크를 쓴 아들은 총총히 학교로 향했다. 우리는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바이러스 환란을 겪고 있다. 매일 적게는 기백명 많게는 기천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인위적으로 정지된 사회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국내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애달픈 사연은 따로 부연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몹시 마음을 쓰며 애를 태운 `노심초사`, 거센 비바람이 함께 쏟아지는 `풍우대작`. 중소기업인들이 꼽은 올해 경영환경을 빗댄 사자성어라고 한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일이기에 우리 모두 어찌 할지 몰랐다. 경제 세포 곳곳에 침투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중소기업, 소상공인·자영업은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이내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까지 와버렸을지 모른다. 갈피를 못 잡고 헤맸더니 2020년 끝 자락에 섰다. 한 해를 되돌아보면 세상은 온통 회색빛이어서 1년을 통째로 삭제하고 싶은 마음이다. 대전의 한 경제계 인사는 `내년엔 나이를 한 살 빼자`고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맞다. 그게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어김없이 새해가 밝아온다. 부지런함을 상징하는 소의 기운을 받게 될 신축년. 희망을 버리면 절망이지만, 희망을 넘어서는 건 절망을 직시하고 용기 있게 나설 때 가능하다고 한다. 올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맥을 못 추었지만 새해는 꿈과 희망만으로 가득한 새해가 될 수 있도록 용기를 내자. 한 없이 주저앉았던 중소기업, 소상공인 모두 힘내자.

취재3부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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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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