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장진웅 기자
취재2부 장진웅 기자
사전에선 `외유성`에 대해 외국에 나가 여행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성질이라고 풀이한다. 여기에 파생된 `외유성 출장`은 비판의 대상으로 여겨지며, 공적 영역의 경우 그 잣대가 매우 엄격하다. 개인 일정 소화 등 출장 목적에 맞는 성실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한다. 출장 특성상 일탈의 유혹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한 데 따른 비판도 뒤따라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몇 해 전 모 의회에선 싱가포르로 선진 교육 벤치마킹을 위한 국외연수를 갔다가 외유성 출장 논란의 중심에 섰다. 관광과 다름없는 출장 일정 때문이다. 가든스 바이더 베이 방문, 리버보트 탑승 뒤 클락키 야경 관람, 머라이언 공원과 오차드로거리 관람 등 싱가포르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관광지를 찾은 게 주요 일정이었다. 심지어 해당 의회는 국외연수 보고서에 주요 관광지와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잡고 촬영한 기념사진까지 첨부하면서 빈축을 샀다. 당시 여론의 반응은 "의원들이 그렇지 뭐"였다는 후문이다.

과학기술계도 이 같은 외유성 출장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 연구 기관 중심으로 외유성 출장에 따른 감사 적발 사례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적발 내용을 보면 해외 학회 방문을 목적으로 출장을 신청해놓고는 가족을 동반해 여행을 다녀오거나, 학회 일정 소화는 일부분에 그치고 대부분을 개인 휴가를 보내는 데 할애하는 등의 적발 사례가 적지 않다. GPS 추적 결과, 학회가 열리는 도시를 벗어나 인근 관광도시에서 출장 일정 대부분을 보낸 대범한 모습도 보인다.

과기계에서 발생하는 외유성 논란은 다른 영역과 성격이 사뭇 다르다. 연구 수행을 위한 자율성 보장을 강조하는 과기계로선 이 같은 논란이 신뢰를 스스로 차버리는 결과로 이어지게 할 수 있어서다. 과기계에선 개인 일탈로 치부하고 싶을 수도 있다. 다만 이런 논란이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다는 게 현실이다. 과기계는 "과학자들이 그렇지 뭐"란 꼬리표가 붙을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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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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