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어때서 (양동신 지음/ 사이드웨이/ 324쪽/ 1만 7000원)

현재 우리나라에선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0명 중 7명이 아파트로 이사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 수치는 앞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파트에 관한 시각은 복잡하다. 한국의 기형적인 전·월세 부동산 시장과 맞물려 아파트는 `중산층의 전유물`이라는 관념이 뿌리 깊고,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이 문화적으로 또는 공학적으로 되돌아보는 작업은 찾기 힘들다. 이와 함께 시골의 삶, 고고한 전원생활 등에 대한 환상이 커지는 건 사실이다. 한 예로, 조용하고 한적한 교외에서 단독주택을 짓고 사는 게 도심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보다 더 `자연친화적`이라는 생각이 당연하듯이 막연한 통념이 우리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이러한 선입견을 깨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저자는 아파트와 공동주택을 향한 복합적인 부정적 시각에 기저에는 무엇보다도 친환경에 대한 해묵은 오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오해와 반감을 풀지 않고서는 토건사업을 향한 우리 사회의 비생산적인 분열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이 되풀이되면 발전적인 에너지를 결집할 수 없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 토목 구조물과 사회기반시설인 인프라 건설에 관해 비판적인 시선이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전문기관에서 오래전부터 연구·검토된 후 최근 서초구청장이 다시 내세운 경부고속도로 시점부 지하화 프로젝트를 상기하고, 이러한 적극적인 상상력이 우리 사회에 널리 수용되지 못하는 맥락을 살핀다.

특히 독자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영화 `겨울왕국2` 사례를 들며 개발에 대한 부정적인 통념을 흥미롭게 풀어준다. 영화 마지막에서 겨울왕국2 주인공들은 정령의 힘을 동원해 콘크리트 아치형 댐을 허물고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하지만 저자는 묻는다. 정말로 댐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댐은 국가 전체의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농도를 낮춰주는 효과를 제공한다.

또 다른 예로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에 고속도로를 충분히 깔아놓지 않았다면, 지난해 강원도 속초 산불에서 수많은 소방차가 한밤중에 산불 현장으로 집결해 빠르게 화재를 진압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답변한다. 인프라는 한 사회를 지탱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물론 토건 사업을 둘러싼 무분별한 개발 열풍과 투기세력, 비리, 담합 등에 대해서는 경계가 필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 인프라의 힘은 여전히 구성원들의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담보하기 때문에 지나친 보존은 해가 될 수 있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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