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문승현 기자
취재2부 문승현 기자
있음이냐 없음이냐. 누세기에 걸친 존재론적 고찰이다. 이 명제의 질긴 생명력은 모든 존재에 내재된 양극단의 선택기제에서 찾아야 할 듯싶다.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로 고통받던 17세기 햄릿이 그러할진대 수백여 공무원으로 이뤄진 현대의 공법인 중소벤처기업부의 고뇌는 더 심오했을 것이다. 한 달 전 중기부는 `세종이전의향서`를 제출하며 세종행 의사를 공식화했다. 1998년 정부대전청사에 들어온 차관급 외청 중소기업청 시절을 포함해 22년 만이다. 2017년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장관급 독립부처로 체급이 올라갔으니 동급의 부처가 몰려있는 세종으로 가겠다는 논리다. 일단 그렇다 치자. 그런데 중기부는 결정적인 프로토콜 오류를 범했다. 세종 이전은 조직내에서 어느 정도 암묵적으로 형성돼 있으므로 행정안전부만 구워삶으면 잘 될 것이란 셈법이었을 테다. 4선 의원 출신 실세장관의 막전막후 바람몰이는 또 얼마나 든든한가. 하지만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을 때 실수가 나온다. 이전 논의의 가장 중요한 카운터파트 `대전시민`을 깡그리 무시한 처사 말이다. 장관의 `대전 혁신도시 선물`, `새술은 새부대에` 등 일련의 발언은 수십년 어깨 부딪히며 살아온 지역 홀대의 화룡점정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사회 반발을 단순한 지역이기주의로 깎아내리려는 시도는 그래서 괘씸하다. 중기부 세종이전론과 대전 혁신도시 지정 사이 모종의 상관관계 의혹은 1기 혁신도시 조성이 끝나고 이제 2기에 들어가려는 지금 이 순간 겨우 `플레이어` 자격을 얻은 대전에 모욕감을 준다. 거래해선 안 될 것을 거래하고자 했다는 합리적 의심만으로도 혁신도시 지정에 힘을 쏟은 150만 대전시민은 어안이 벙벙하다. 이런 낭패를 보려고 혁신도시에서 배제된 15년 역차별의 세월을 견디지는 않았다. 자신의 목숨과 왕좌와 사랑까지 빼앗아갔다는 부왕(父王) 유령의 절규가 거짓이 아니었음을 확인한 순간 시작된 햄릿의 비극은 등장인물 모두 처참하게 죽는 것으로 끝난다. 중기부와 대전시민이 주연인 연극은 막 무대에 올랐고, 서사의 흐름은 중기부의 `To be or not to be`로 귀결된다. 결국 파국인가, 공영(共榮)인가. 취재2부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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