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민주당, 대전 서구을) 의원이 5일 국회에서 현직 대법관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의원님들, (예산을) 한번 살려주십시오` 한 번 하세요"라고 권유해 논란이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법사위의 법원행정처 등에 대한 예산심사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조 처장에게 법원의 판례 모음인 `법고을LX` 사업의 예산이 지난해 3000만 원에서 0원으로 삭감된 것을 언급하며 이 같이 권유했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법사위는 다리 하나, 도로 하나만도 못한 예산 규모에 비해 철저하게 심사한다"며 "법고을LX는 전통에 빛나는 자료다. 살려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조 처장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잘 살펴달라"고 하자 박 의원은 "절실하게, 3000만 원이라도 좀 절실하게 말씀해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래야지 된다. `의원님, 꼭 살려주십시오. 정말 국민을 위해서 필요한 일입니다. 다리 하나, 상판 하나에 해당하는 돈 밖에 안되는 거예요` 한 번 하세요"라고 했다.

조 처장이 웃으며 넘어가려 하자 박 의원은 "살려주십시오, 한 마디면 끝날 일을 참 답답하다"라며 "대법관님, 제가 대신 하겠습니다"라고 질의를 마쳤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 혈세가 자기를 쌈짓돈인가"라며 "돈 줄 쥐고 사법부를 흔들겠다는 얘기인지..."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박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 "예산이 회복돼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질의를 한 것"이라며 "다만 이 표현이 예산심의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이 우월적 권한을 남용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행정처장님께는 간접적으로 표현에 언짢으시지 않았는지 여쭈었고, 괘념치 말라는 간접 전언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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