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3부 김용언 기자
취재3부 김용언 기자
우리는 매순간 후회를 거듭하면서 살아간다. 하루에도 수많은 감정이 우리를 사로잡지만 후회 역시 인간의 마음을 억누른다. 유명인이거나 필부(匹夫)이든 후회는 인간 본연의 감정이다.

대전에서 조직의 영광을 함께 한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이웃 도시 세종으로 이삿짐을 싸기로 했다. 넓은 거주 공간에 가까운 이웃(타 정부부처)이 모여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를 간다고 한다.

이사를 결심하고 전문 업체(행정안전부)에 이주 계획까지 냈으니 앞으로 과정은 일사천리일 듯하다. 이제 땅을 치고 후회하는 객체가 나와야 `후회의 방정식`이 성립된다.

누가 후회를 할까. 그동안 중기부가 둥지를 틀었던 대전 서구청, 아니면 서구를 행정구로 품은 대전시. 중기부가 대전에 있어서 그동안 유·무형적 혜택을 봤던 정치권과 지자체가 후회의 당사자일 것 같지만, 실상은 아니다.

`사랑하던 연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것 같다`, `헌 신짝처럼 버림받았다` 등의 통사정을 늘어놓는 곳은 지역 중소·벤처기업들이다. 중기부의 `탈대전` 소식을 접한 지역 중소기업 대표는 "지자체가 그동안 한 거 없이 이제야 구애를 하면 뭔 소용이 있겠냐"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수년 전부터 중기부의 세종 이전 가능성은 변치 않는 상수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은 이를 단순한 변수로만 여겨온 게 사실이다. 중소기업청의 `부` 승격이 있던 3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바짓가랑이를 부여 잡는데 에너지를 쏟아왔다.

때 늦은 후회 `만시지탄`이 따로 없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다. 산하기관을 대전에 붙들어 매던지 중기부에 `대전 입지 어드벤티지`를 주던지 했어야 했다. 이제는 선택에 따른 분석과 복기가 무의미해졌을지 모른다.

수 읽기가 사라진 바둑판에는 중소·벤처기업이 홀로 앉아 있다. 중기부 이전 이슈가 지역 중소·벤처기업에게 허무함과 무기력감을 주는 모습이다. 지자체와 정치권은 과거를 후회할 시간이 있다는 지금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중기부 잔류가 어렵다면 산하기관 붙잡기, 혁신도시 공공기관 유치 등에 노력해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게 현명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진짜 너무 늦었다. 당장 시작하길 바랍니다.` 유명 개그맨의 말이 유독 와 닿는다. 취재3부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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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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