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성 대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정진성 대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우리는 밭에 농작물을 심고 그것이 잘 자라지 않는다고 농작물을 나무라지 않는다. 왜 잘 자라지 않는지 그 원인을 살펴볼 것이다. 거름이 부족하거나 수분 또는 햇볕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아무도 작물을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농작물을 더 보살피고 손질하며 정성들여 가꾼다. 그럼에도 우리는 학생이나 친구나 가족들과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비난하고 책망한다. 그들을 친절히 보살펴 준다면 그들도 농작물이 잘 자라는 것처럼 호감을 느껴 친밀감을 갖게 될 것이다.

문제가 생기자마자 비난하고 책망하는 그런 사람은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며 불리하면 합리화시킴은 물론, 옛날 지난 일을 끄집어내거나 임기웅변으로 변명하고 둘러치면서 오히려 상대가 등신처럼 잘못 듣고 판단했다며 고함치며 뒤집어씌우기 일쑤다.

사람은 자신이 거짓말해 불리하면 자신도 모르게 소리 지르며 의도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심리가 내포돼있다. 비난이나 책망은 절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해 줄 때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말이나 토론으로 설득하려는 시도도 마찬가지다. 책망하거나 이치를 따지는 것도 논쟁도 아니다. 내 짧은 경험에 의하면 오직 이해다. 이해한다면, 이해하는걸 보여준다면, 사랑할 수 있고 그러면 아무리 난처한 상황도 좋아질 수 있다. 탈무드에는 물고기가 제 입으로 낚싯바늘을 물어 잡히듯 인간 또한 언제나 그 입이 문제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 지혜(智慧)로운 사람은 직접 본 것을 이야기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남에게 들은 것이나 꾸며서 사실처럼 이야기한다. 거울은 내 모습 그대로를 비춘다. 세상도 마찬가지 같다. 내가 웃으면 거울도 웃고, 내가 칭찬을 하면 거울도 칭찬한다. 내가 미소 지으면 학생들도 미소 짓고, 내가 웃으면 가족들도 웃는 것이다. 내가 세상을 도우면 세상도 나를 돕는다. 얻으려면 먼저 주고 얻거든 베풀어야 한다.

반대로 내가 다른 사람을 비난하면 세상도 다른 사람도 나를 무시하고 책망하며 비난한다. 인간은 자신의 죽을병은 깨닫지 못하고 남의 하찮은 피부병(皮膚病)은 금방 알아차린다. 남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나 간섭은 집착이며 고통의 시작도 집착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과거도 덮고 상처도 덮고 살아야 한다. 상처 많은 나무가 아름다운 무늬를 남긴다고 했다.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필요하다. 아픈 상처를 까뒤집어 소금 뿌리는 것은 잔인한 짓이다.

현명한 사람은 뒤를 돌아볼 줄 안다. 사람과 음식은 같은 면이 있으나 음식은 떠나면 먹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 그러나 사람은 타고난 본성을 버리지 못한다. 내가 칭찬받고 싶으면 먼저 칭찬하고 도움 받고 싶으면 먼저 도와주고 인사 받고 싶으면 먼저 인사하면 된다. 우리는 남을 변화시키기 어렵다. 나 스스로만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나를 바꿈으로써 남을 바꿀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한 닢의 동전(銅錢)이 들어있는 항아리는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지만, 동전이 가득 찬 항아리는 조용하다.

그 사람 입장에 서기 전까지 절대 그 사람을 욕하거나 책망하지 말아야 하고, 그 사람의 행동을 나의 잣대로 판단하여 미운 사람으로 결론지으면 안 될 것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한 속담은 진리다.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식구는 나의 삶이 아무리 고달프거나 풍족하지 못해 어려워도 상처주지 말고 서로가 마음살피며 다정하게 그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줘야 한다.

남을 바꿀 수 있는 비결은 내가 바뀌어야 한다. 세상은 인생의 거울이다. 정진성 대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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