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6일 국민의힘을 향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임명 제도와 거부권을 공수처 출범 지연의 방편으로 악용할 경우 한달 내에 해당 규정을 손보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최후 통첩을 했다. 국민의힘이 내정한 추천위원의 자격시비를 부각시키면서 공수처장 선임 작업이 지연된다면 11월까지 법 개정을 통해 여당 주도로 공수처장을 임명하고, 연내 공수처 출범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야당에 부여된 추천위원 권리마저 강제로 빼앗으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공수처법에 `야당의 공수처장 거부권 보장` 규정을 민주당이 명시했다는 점에서 출범 이전부터 스스로 원칙을 무너뜨리며 명분을 희석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측 추천위원 내정자 2명을 가리켜 "한 분은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의혹으로 유가족에 고발당했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특조위 부위원장이었던 이헌 변호사를 지칭한 발언이다. 그러면서 "혹시라도(야당 몫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제도가) 출범을 가로막는 방편으로 악용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고 우리 당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 경고하며 "추천위가 구성되는 대로 임명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헌 변호사는 `공수처법은 위헌`이라고 인터뷰했던데, 국민의힘이 지연전술로 공수처 출범을 저지하려는 의도임이 증명됐다"면서 "공수처를 부정하는 인사의 추천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해야 후보 추천이 가능하도록 규정된 현행 공수처법을 고치면 공수처장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야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추천위원 7명 중에는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포함돼있어 이들이 반대하면 후보를 내지 못하게 된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마냥 기다릴 수 없어 공수처법 개정 논의는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최고위원도 회의에서 "11월 안에는 후보 추천이 마무리돼야 한다"면서 "출범 방해 행위가 재발하면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단호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편향적 인사를 공수처장 후보로 내세울 경우 추천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강하게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숫자의 힘을 앞세운 민주당이 야당에 부여된 추천위원 두 자리마저도 강제로 빼앗겠다고 협박을 해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야당과 국민이 믿을 만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면 동의하겠다"면서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나 조국 전 장관처럼 국민이 편향적이고 자격이 없다고 아우성치는 데도 그냥 밀어붙인다면 단호히 반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백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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