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조선말 큰사전 원고'와 보물로 가치 재평가

국가등록문화재 제523호 말모이 원고의 `알기`(일러두기) 부분. 사진=문화재청 제공
국가등록문화재 제523호 말모이 원고의 `알기`(일러두기) 부분. 사진=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8일 `말모이 원고`(국가등록문화재 제523호)와 `조선말 큰사전 원고`(국가등록문화재 제524-1호, 524-2호) 등 2종 4건을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날 보물 지정 예고 대상으로 결정된 국가등록문화재 2종은 일제강점기라는 혹독한 시련 아래 우리 말을 지켜낸 국민적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는 자료로서 대한민국 역사의 대표성과 상징성이 있는 문화재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말모이 원고`는 학술단체인 `조선광문회(朝鮮光文會)` 주관으로 한글학자 주시경(1876-1914)과 그의 제자 김두봉, 이규영, 권덕규가 집필에 참여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사전 `말모이`의 원고다. `말모이`는 말을 모아 만든 것이라는 의미로 오늘날 사전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주시경과 제자들은 한글을 통해 민족의 얼을 살려 나라의 주권을 회복하려는 의도로 말모이 편찬에 매진했다. 말모이 원고 집필은 1911년 처음 시작된 이래 주시경이 세상을 떠난 1914년까지 이뤄졌다. 본래 여러 책으로 구성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은 `ㄱ`부터 `걀죽`까지 올림말(표제어)이 수록된 1책만 전해지고 있다. 말모이 원고는 현존 근대 국어사 자료 중 유일하게 사전 출판을 위해 남은 최종 원고이며, 국어사전으로서 체계를 갖추고 있어 우리 민족의 독자적인 사전 편찬 역량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자료라는 점에서 역사·학술적 의의가 매우 크다.

이와 함께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조선어학회(한글학회 전신)에서 1929-1942년에 이르는 13년 동안 작성한 사전 원고의 필사본 교정지 총 14책이다. (사)한글학회(8책), 독립기념관(5책), 개인(1책) 등 총 3개 소장처에 분산돼 있다. 특히, 개인 소장본은 1950년대 `큰사전` 편찬원으로 참여한 고(故) 김민수 고려대 교수의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말 큰사전 원고`의 `범례`와 `ㄱ`부분에 해당하는 미공개 자료로서, 이번 조사 과정에서 발굴해 함께 지정 예고하게 됐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철자법, 맞춤법, 표준어 등 우리말 통일사업의 출발점이자 결과물로서 국어사적 가치가 크다. 또한, 식민지배 상황 속에서 독립을 준비했던 뚜렷한 증거물이자 언어생활의 변천을 알려주는 생생한 자료로서 국어의 정립이 우리 민족의 힘으로 체계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실체이므로 한국문화사와 독립운동사의 매우 중요한 자료다.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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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등록문화재 제524-1호 조선말 큰사전 원고의 `한글`부분. 사진=문화재청 제공
국가등록문화재 제524-1호 조선말 큰사전 원고의 `한글`부분. 사진=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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