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교회가 코로나 전염병 비상사태에서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기독교의 핵심은 신과 인간 사이에 매개체 역할을 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보편적 진리인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신과의 합일을 이루는 것이다. 즉 예수님의 존재를 맹목적으로 믿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살기가 기독교의 핵심이다.
그러나 기독교의 실천적 성지라고 하는 교회 중 일부가 오히려 전염병 확산의 기폭제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방역의 훼방꾼 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고 비난하고 있다.
벌써 반년이 넘도록 학생들은 학교를 제대로 가지도 못하고 아이들은 친구들과 맘껏 뛰어놀 수도 없으며, 요양원에 누워 계신 부모님 병문안조차 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제대로 된 치료제와 백신도 없는 상태에서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전염병이 확산되도록 한 일과 여전히 계속되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해를 줄 수 있는 일부 교인들의 활동들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타인의 생명보다 자신의 종교가 우선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오만에 불과하다. 또한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입으로만 외치지 말고 몸소 예수님처럼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56%는 특정 종교가 없는 무교다. 개신 기독교가 전체 종교 인구의 45%를 차지한다. 이번 코로나 재확산 사태에서 일부 교회에서 보여준 지나칠 정도의 이기적인 목사와 교인들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다.
중세시대 3년간 유행했던 흑사병은 유럽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2천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재앙으로 기록되어 있다. 무서운 전염병 시기에 고위 성직자들이 흑사병을 피해 달아나자 중세를 지배해 온 종교적 권위도 일시에 붕괴됐다. 흑사병이 당시 부패한 지배층과 성직 계층을 몰락시키며 종교 개혁의 단초를 제공하고 중세를 마무리 짓고 근대를 탄생케 했다. 21세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전염병은 우리에게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교회와 기득권의 민낯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그 어떤 종교나 정치적 논리가 아닌 인간의 기본 양심에 따라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이 코로나를 종식시키는 명약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한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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