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작을 닮아가는 거룩한 시간 (김숙자 지음/ 박문사/ 346쪽/ 2만 원)

대전일보 신춘문예 출신인 김숙자 작가가 유럽 성지 순례를 통해 `예수회`를 창설한 `로욜라의 성인 이냐시오(Sanctus Ignatius de Loyola)`의 거룩한 영성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은 `성작을 닮아가는 거룩한 시간`을 펴냈다.

저자와 일행단은 `로욜라의 성이냐시오 순례여정`을 위해 일 년 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고 계획해 왔다. 하지만 뜻밖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민감해 있던 시기인 올해 2월 순례여정을 선뜻 떠나기가 내심 염려와 걱정이 앞섰다. 저자는 그간에 철저하게 준비해온 과정에 확신을 갖고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을 오가며 2주간의 긴 여정이 될 순례의 길에 오른다.

책에 수록된 `로욜라의 성이냐시오 순례여정`의 공간들은 평소에 한 번쯤은 스쳐 들었거나 다큐멘터리 혹은 영화를 통해 본 기억이 있는 장소들이다.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삶의 내면의 평화와 절대자의 숨결을 느끼고,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의 매서움에도 불구하고 오직 그리스도의 수난과 고통을 마주하기 위해 고행했던 책 속의 순례 세상은 그 어떤 부귀영화 앞에서도 의연하다. 순례 여정의 첫 목적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일행단은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Gaudi)`의 걸작들과 `구엘공원(Park Guell)`, 천상과도 같이 영험한 명산 위에 세워진 수도회성당인 베네딕도수도원에서 운영하는 `몬세라트`(Montserrat)의 대성당, `사라고사(Zaragoza)`, `프란치스코 하비에르(Saint Francis Xavier)` 생가를 둘러본 후, `팜플로나(Pamplona)`를 지나 포르투갈로 향한다. 성모님의 발현지 `파티마(Fatima)`와 성이냐시오가 면학의 불을 살랐던 대학가 `살라망카(Salamanca)`, 성녀 대데레사의 생가가 있는 곳인 `아빌라(Avila)`를 거쳐 이탈리아 로마의 땅을 밟는다. 이번 순례여정의 끝인 성이냐시오가 예수회를 설립한 곳인 `라 스토르타(La Storta)`라는 마을 경당과 예수회 설립을 인가받기 위해 순례했던 성바오로대성당, 성베드로대성당, 성모마리아대성당, 프락세대성당, 성이냐시오성당, 예수회성당, 성예루살렘 십자가성당 등 7개의 대성당을 찾아본다. 특히, 저자는 성이냐시오가 마지막까지 생활하면서 영신수련과 예수회 회헌 등을 완료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던 아주 작고 초라한 로마의 한 칸 작은 경당인 이냐시오방에서 마지막 눈물의 미사로 성인의 영혼을 위로하며 올렸던 미사 시간이 더없이 순례여정에 특별함으로 기억 속에 남는다. 이번 순례여정은 저자의 인생에서 아주 특별하고 감미로운 경험으로 `거룩한 성작을 닮아가는 아름다운 영성의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이와 함께 책 속에 담긴 75편의 글들은 기행문체로 순례자의 오감과 시각적 상상력이 투영돼 있고 그리스도적 역사와 문화를 다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순례의 오랜 침윤의 시간은 마침내 하나의 역사가 돼 그리스도의 울창한 숲속으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김 작가는 "이번 순례여정은 저에게 `거룩한 성작을 닮아가는 아름다운 영성의 시간`이었고, 독자들이 종교를 떠나 거룩한 성인의 발자취를 함께 더듬어 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특히, 각 장마다 순례자의 오감과 시각적 상상력이 투영된 시가 담겨 있는데 시는 글 전체를 조망하며 현장의 감동을 작은 테마로 압축했다. 그리스도적 역사와 문화를 다면적으로 들여다볼 수도 있어 시편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의 숨결이 머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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