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식 푸른요양병원장
강명식 푸른요양병원장
어릴 적 기억에 아버지께서 `알바`를 뛰셨다. 지난 후 생각해보면 교육 공무원의 박봉으로는 자식들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우셨으리라. 당시 자동차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먼 길을 기차로 다니셨던 기억이 난다. 집으로 돌아 오실 때면 기르던 개와 함께 마중을 나갔었다. 피로에 힘듦에도 환하게 웃으셨다.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쉬어야 할 시간에 본업 이외의 또 다른 노동을 하셨던 것이다. 단순히 본 수입으로 생계가 어려워 가족을 위해 더 벌어야만 했던 부업 즉 아르바이트였다. 이런 생계형 `알바`는 수익을 더 올릴 수는 있으나 일의 만족도는 물론이고 힘들고 고단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부업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부캐`란 신조어가 있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모두 아는 단어이리라. 결혼식날 신부가 드는 꽃다발인 `부케`를 말하는 게 아니다. `부캐`란 게임에서 주 캐릭터 외의 또 다른 능력을 말하는 부 캐릭터를 부르기 쉽게 줄인 말이다. 이런 부 캐릭터를 개인에게 적용해 본업은 변호사인데 웹툰작가로 활동한다면, 웹툰작가가 바로 `부캐`가 되는 것이다.

최근 어떤 공중파 방송에서 유명 연예인이 `부캐`를 자처하며 벌이는 일들이 인기를 끌며 널리 퍼지게 됐다. 자신의 원래 모습이 아닌 다양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을 방송을 통해 시사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부캐`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직업과 취미활동 등 발현되는 분야도 다양하다.

직업에 대해 이렇게 `부캐`라 칭한다면, 비슷한 말로 `투잡` `알바` `부업` 등이 있겠지만, 각각 서로 조금씩 다른 뜻을 갖고 있다.

아날로그 세대의 부업은 주업 이외 자녀의 학자금이나 노후 자금을 마련하고 혹은 주택융자금을 갚아 나기기 위해 소득을 위해 하던 일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에 비슷한 말로는 `투잡`이 있지만, `투잡`은 그저 본 직업의 수입으로는 생계가 어려워 더 많은 수입을 위해 일자리를 하나 더 갖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본업 종사한 후 여유 시간에 짬을 내어 해야 하는 일이다. 심신이 힘들고 고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부캐`란 본업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숨은 또 다른 능력으로 즐기며 개발하니 새로운 자신의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되고, 그것에 따른 수입도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알바`나 `투잡`과는 달리 자신의 숨어있는 재능을 발견해 개발하니 즐겁고, 시간을 할애해도 힘들거나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일이다. 예전엔 이것 저것 다 한다면, 우리는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 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요즘은 멀티플레이, 멀티태스킹, 디지털 시대다.

요즘 연신 집값 상승이 뉴스에 등장한다. 정부는 여러 정책을 계속해 내고 있지만, 그리 효과를 보는 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집값이 상승하여 젊은 세대는 집을 사기는 커녕 전세자금도 만들기 어렵게 되고 있다. 집을 장만하거나 안정된 전세라도 구하려면 수입이 고정적이며 쓰고 남아야만 가능하다. 그러니 젊은이들의 본업 이외 수입은 이제 필수가 되어 버렸다. 물론 결혼을 하지 않고 집도 장만하지 않으며 혼자 살아간다면 좀 다르겠으나, 어차피 경기 둔화와 소비 성향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환경이기에 그다지 다르지 않다. 몇 몇 수입이 좋은 특별한 직업이나 직장이 아닌 다음에야 부수입이 필수이며, 결혼을 한 경우에도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 함은 기본이며 이외에도 부수입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왕 하는 일 즐겁게 자신의 제2의 능력을 개발해 행복감을 느끼며 일하는 게 옳지 않은가? 그래서 인지 요즘 부 캐릭터를 하나씩 가지는 것이 대세며 `부캐`로 인한 수입을 얻는 게 능력이다. 어떤 경우 `부캐` 수입이 본 수입을 넘어 `부캐`가 `주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제 자신의 제2의 능력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해 봐도 좋지 않겠는가?

자 여러분 `부캐`하나 개발해 보실까요? 강명식 푸른요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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