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대전출신 김원웅 광복회장의 8·15 광복절 기념사가 일파만파를 일으켰다. 김 회장은 광복절 기념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이름으로만 부르며, 친일파와 결탁했다고 주장하고 애국가를 부정하고 "교체해야 한다"는 발언도 이어갔다. 백선엽 장군을 현충원에서 파묘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난 18일 그의 발언에 대해 "우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 이력도 새삼 화제다. 그는 14대, 16대, 17대 대덕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바 있다. 이번 발언과 달리 그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의 공화당, 민정당에서 당료생활을 했다. 그는 "생계 꾸리려 했기 때문이었다" 주장하지만 고속 성장기 60-70년대 명문대 간판으로 취업은 손쉬운 일이었기에 설득력은 낮다.

문재인 정권은 정국 장악력이 약해지면 들고 나오는 단골 레퍼토리가 `토착왜구`다. 일제 잔재를 청산 못해 친일파 자손들이 지금도 대한민국의 주류로 `떵떵거리고 산다`는 일견 논리 있는 주장이다. 지난 4월 선거에서 민주당은 `총선은 한·일전`이란 말도 했었다. 참으로 부박(浮薄)하다.

일제의 잔재는 걷어내야 한다. 하지만 75년이 지난 지금 국민 의식을 해방정국에 머물게 하는 정치는 문제가 있다. 문 정권의 `토착왜구론`은 진정성은 없고 이미지는 확실한 정치 프레임이다. 그래도 잘 먹힌다.

마오쩌뚱(毛澤東)에 의해 문화대혁명에서 박해를 당한 덩샤오핑(鄧小平), 그의 아들(鄧樸方)은 홍위병의 테러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되었지만 덩샤오핑은 毛주석의 "공은 칠(七)이고 과는 삼(三)이라" 평가했다. 대륙 부도옹(不倒翁)의 역사의식은 김원웅 회장의 그 것과 사뭇 다르다. 3600만을 굶겨 죽인 `대약진운동`, 나라를 거덜 낸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지는 공산주의자 마오(毛)의 과실은 이승만, 백선엽과 클라스가 다르다고 주장하면 곤란하다. 사람 목숨 값이 이념 따라 다를 순 없다.

문재인 정권이 바라는 것 같이 오로지 `토착왜구`의 만행만이 한반도의 위협인지 찬찬히 따져 봐야 한다. 중국은 6·25 전쟁에 쓸데없이 개입했다. 전쟁 기간 81%에 개입했으니 대한민국에서만 약 31만 명 사망자와 55만 명 부상자들에게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소위 진보좌파 진영에서 이런 의견을 들은 적 없다.

중국은 세계 각국 정치와 선거에 개입해 물의를 빚어왔다. 미국 국가방첩·안보센터(NCSC) 윌리엄 에버니나 국장은 "중국은 수천 가지 자원을 동원한 전략으로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고 다른 후보가 당선되도록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벌어지는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 존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사모펀드에 중국이 15억 달러를 투자한 것은 유명하다.

이런 중국이 지척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진공상태로 놓아두었을 리 없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C씨가 투자한 사모펀드는 2016년 중국 장쑤성 `화군과학기술발전유한공사`로부터 6000억 투자 약정을 받았다. 비록 성사되지 못했지만 당시 정권 밖에 있는 교수가 투자한 사모펀드에 대규모 투자를 약정했다 것은 이례적이다. 2019년 7월 민주당 `민주연구원장` Y 씨는 중국 공산당 당교(黨校)를 찾아 `글로벌 정책 네트워크 구축 교류협약`을 맺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4·15총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은 100년의 적(敵), 중국은 1,000년의 적"이라 북한 김정은 위원장도 측근들에게 습관적으로 말한다고 한다. 양식 있는 시민들은 진보좌파 단골메뉴 토착왜구론(論) 보다 오늘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더 중한 것이 무엇인지 짐작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의 방한을 간청한다고 한다. 대전 사람의 결기로 김원웅 회장은 당당하게 중공(CCP)의 `6·25 개입`, `동북공정`, `사드보복`, `우한폐렴(코로나19)`에 대해 언급해 주기 바란다. 그것이 김 회장이 가진 애국심의 균형 잡힌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다.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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