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문승현 기자
취재2부 문승현 기자
`솔직히`라는 표현을 가급적 쓰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이라고 하는 순간 이전까지 대화는 거짓이거나 무언가 숨긴 것이 된다. 상대에게 `솔직히 얘기하자`고 하는 건 진짜 속내를 털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청자(聽者)로 상대방의 비밀스러운 언사를 듣는 그때부터 일종의 침묵의 카르텔에 동조해야 한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피고 목소리를 낮추며 `우리끼리니까 얘긴데`하는 맞은편에 귀를 기울이고 시선을 맞추는 것으로 카르텔은 완성된다. 이 글은 그 카르텔의 반파(半破) 정도 된다. "솔직히 장대 거기는 고가(高架)로 올려야 맞지. 나도 공무원이지만 행정이란 게 참 답답하다니까." 대전시 한 공무원은 장대삼거리 교차로 방식에 대해 이렇게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시 공직사회에서 잔뼈가 굵은 이 인사는 "솔직히 거기(장대삼거리)가 막히면 고속도로 타고 온 차들이 유성IC로 빠져나가려고 긴 줄이 생기는 판에 거기를 평면교차로로 또 막는다는 게 말이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머리 희끗한 또 다른 공무원은 "그러니까 처음 계획대로 고가로 밀어붙였으면 이런 사달이 안 났을 텐데 여기 눈치보고 저기 가서 휘둘리고 하다가 이 모양이 된 것"이라며 "입체 방식으로 바꾸려면 시에서 누군가 책임을 지고 총대를 메야 하는데 그럴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시에서도 좀 아는 사람들은 입체 방식이 옳다고 여긴다"고도 했다. 앞으로 네거리로 바뀔 장대삼거리는 세종에서 반석역까지 운행 중인 BRT 노선을 유성복합터미널까지 연장하는 연결도로의 핵심 접합부다. 대전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2011년 이후 10년 가까이 공사는 지지부진하다. 고가도로 방식의 입체교차냐, 평면교차냐 논란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총사업비(1494억 원)는 계속 불어나고 절반을 훌쩍 넘는 혈세 851억 원(보상비)은 누군가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갔다. 정말 솔직히 말해보자. 사업 주체인 대전시에 묻는다. 솔직히 평면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나. 향후 교통량 변화로 교차로 서비스수준이 떨어지면 입체화 타당성을 검토하겠다는 면피용 단서를 다는 것도 그래서 아닌가. 취재2부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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