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희 충남대 의대 재활의학교실 교수
조강희 충남대 의대 재활의학교실 교수
비가 와도 너무 많이 오래 온다. 장마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원래 우리나라가 이렇게 비가 자주, 많이 오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번 장마는 1973년 이후 가장 긴 해로 기록됐다고 한다. 기상청은 장마철이 길어진 원인이 북극 고온현상과 블로킹으로 우리나라 주변 찬 공기 정체됐고, 이로 인해 따뜻하고 습한 공기인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상하지 못하고 일본 남쪽에 머무르면서 정체전선이 주로 제주도 남쪽 해상-남해안에 위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원인을 안다고 장마를 치료해 없앨 수는 없지만 일기예보와 대책을 강구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재활의학과에는 오랫동안 통증으로 고생하는데도 각종 검사와 치료에도 불구, 효과가 없어서 찾아오는 환자가 가끔 있다. 매우 어려운 사례이지만 의사인 내가 반드시 원인을 찾아서 환자를 통증없이 살게 해주겠다는 정의감에 사로잡히곤 한다. 환자의 과거 병력, 통증 양상, 기존의 검사결과와 치료 경과, 신경학적 및 근골격계 신체검사, 교과서나 연구논문 고찰,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검사 처방 등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서 반드시 원인을 찾으려 한다. 왜? 질병의 원인을 찾아야만 치료가 가능하고, 또 치료가 불완전하더라도 최소한 환자에게 예후와 경감 방법을 설명해서 일상생활을 편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인을 찾지 못하면 단순히 진통제를 주는 방법 뿐이고, 이 통증에서 언제 벗어 날지도 설명할 수 없다.

장마, 코로나19(COVID19) 전염병, 부동산 폭등은 모두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원인도 정확히 모르고, 또 언제 벗어날지도 모른다. 전문가가 예측은 하지만 단지 예측일 뿐 근거가 부족하고, 실제로 현재까지 효과도 없다. 게다가 의사까지 파업을 한다고 한다. 뭐 이런 사람들이 있나. 안 그래도 비도 많이 오고, 코로나 전염병으로 힘든데?

작년 12월에 처음 국내에서 발생한 코로나는 환자 발생이 폭등하면서 초반에 대구 지역 의료체계의 붕괴까지 염려할 정도였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의료진이 국민의 협조를 받아서 이제는 세계를 부러워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치료와 방역을 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앞장서서 의료진에게는 "덕분에 캠페인"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정부가 의료진의 노고에 감사해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파업을 한다니 국민들은 의아해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역학조사관과 지방 근무 의료진 등 공공보건분야 의사의 부족을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 등 새로운 보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도 원인을 알았으면 한다. 작년 7월 1일 발표한 보건복지부 자료와 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래 진료횟수는 16.6회로 가장 많고, 평균 재원일수는 18.5일로 가장 긴 편이다. 의사 진료를 받기 위한 대기시간은 우리나라 통계는 너무 짧아서 인지 OECD 자료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이에 반해서 임상 의사수(2017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 당 2.3명으로 가장 적었다. 참고로 일본은 2.4, 미국은 2.6명이다. GDP 대비 사용하는 의료비는 8.1%로 OECD 평균인 8.8% 보다 적고, 의사수가 비슷한 일본의 10.9% 보다는 한참 적은 의료비를 쓰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적은 의사가 적은 비용으로 전세계에서 국민들에게 가장 많은 진료(외래 진료 회수 세계 1등)와 원하는 진료를 대기 없이 즉시 제공하고 있어 정말 우리나라 의사 숫자가 적은 것인지 되짚어봐야 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새로운 보건정책이 의사의 진료 환경을 더 열악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재 의사의 파업원인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앞서 여러 문제와 같이 원인 파악을 좀 더 정확히 해야 현재와 미래의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국민과 의료진이 고생하고 있고, 이 전염병이 언제 진정될지 알 수 없다. 정부가 정히 새로운 보건정책을 하고 싶더라도 지금은 아니다. 조강희 충남대 의대 재활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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