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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피해자의 권리 대 피의자 권리

2020-08-04기사 편집 2020-08-04 07: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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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이병종 전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 경찰학박사

국가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범죄의 수사, 기소, 처분이 범죄피해자 자신의 책임이었다. 가해자측이 저지르는 범죄의 종류인 살인, 강도, 절도, 강간 등에 대해 피해자쪽이 동일한 종류의 범죄로 되갚아 주는 식이었다. 이것이 동해보복의 원리이고 탈리오의 법칙이다. 중세 초기만해도 국가형사사법제도가 완비되어 있지 않아서 피해자가 자신의 손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족이 나서서 해결하였고, 가끔 군주의 도움에 의존하였다. 12세기에 이르러 영국에서 군주제가 강화됨에 따라, 왕이 사법적 역할까지 포함하게 되고 피해자의 요구가 점차적으로 국가의 이익으로 대치 되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는 국가소추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사인소추주의가 적용되고 있다. 국가가 사법권을 행사하여 오면서 범죄피의자의 인권은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범죄피의자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범죄피의자 체포시 미란다원칙이 고지가 의무화 되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수사관의 교체를 요청할 수 있고, 심야조사가 금지되고, 아울러 수사이의신청제도가 구비되어 있다. 천부인권 및 인간존엄성 사상이 헌법에 반영되고, 형사사법제도가 더욱 발전하면서, 이에 따라 범죄피의자의 인권도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이에 반해 범죄피해자의 인권보호제도는 최근에 발전하였다. 범죄피해자는 범죄사건의 발생으로 신체적 부상과 재물적 손실이외에도 피해자들이 사건에 관련됨으로써 직장에서 근무시간이 손실되고, 비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게 되고, 가족 및 친지들과도 감정적 고통을 겪게되며, 일반대인

관계에서도 혼란을 겪는다고 한다.

또한 사법제도에 참가함으로써 2차피해가 발생된다. 고소를 시작하면서, 형사사법기관으로부터는 물론이거니와 여론과 제삼자인 일반국민들로부터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된다. 특히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 사후에 극심한 후유증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범죄피해자는 그 동안 잊혀진 존재였다. 피해자에 대한 관심은 최근에 시작되었다. 1940년대가 되어서야 Mendelsohn과 Hentig연구로 학계의 관심이 시작 되었고, 피해자학이라는 학문도 등장했다. 1960년대 이후 피해자의 권리가 증진되고 더욱 확대되어 왔다. 미국에서는 1984년 범죄피해자법이 제정되었고, 우리나라는 2005년 범죄피해자구조법이 제정되었다. 범죄가해자는 악이고 피해자는 선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떠나서도, 피의자의 권리가 존중 받듯이 피해자의 권리는 더욱 존중받아 마땅하다.

이번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사건을 보면서 피해자권리보장 문제가 더욱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게 되었다. 피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사람은 몇일 전까지 서울특별시장의 직위에 있었다. 정부는 대통령을 정점으로 국무총리, 각부장관, 검찰, 경찰 등 거대한 관료조직체이다. 이 거대한 관료제는 톱니처럼 작동되어 빈틈이 없다. 진실을 왜곡할 수도 있다. 정부는 국민 개개인의 형벌권을 대리하고 있다. 국민개개인의 위치는 약자에 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형사사법기관은 망자인 피의자의 존엄도 지켜주어야 하지만,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서 피해자의 억울함과 구제에 만전을 기하여야 마땅한 일이다.

피해자 구제는 물질적인 것 뿐만 아니라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지원도 포함된다. 수십명의 범죄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피의자가 나와서는 안되지만, 피의자의 인권을 외치다가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가 절대로 나와서는 안된다. 이병종 전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 경찰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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