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박미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얼마 전 충남 천안에서 여행 가방 속에 갇혀 사망한 9살 소년과 경남 창녕의 온몸이 멍투성이로 집을 탈출했던 9살 소녀의 아동학대 사건은 그 잔혹함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학대 행위자가 부모였기에 국민들에게 많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 두 사건을 계기로 법무부는 민법 제915조(징계권) 조항 삭제와 자녀의 체벌금지를 명문화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10일 밝혔다. 민법 제915조(징계권)에는 `친권자는 그 자(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법은 1958년에 일본의 법을 가져와 만든 후 62년 동안 단 한번의 개정도 없이 지금껏 사회통념상 부모의 체벌을 허용된 것으로 잘못 인식돼 왔다.

아동학대 통계를 보면 2018년 2만 4604건 중 부모에 의한 학대는 1만8919건으로 76.9%를 차지하고 있다. 10명 중 8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의 매`이자, 훈육(訓育)이라는 이름으로 학대를 받았다. 가정은 풍요로운 인간성을 기르는 한 학교이며,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덕행을 가르치는 최초의 학교다. 자녀들은 가정에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덕행 즉 친절과 책임감, 정직, 예의범절 등을 배울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부모는 자녀의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전인교육을 촉진할 수 있도록 사랑으로 가득 찬 가정환경을 조성해주고, 자녀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징계권 삭제에 대한 찬반 여론이 국민들 사이에 분분하다. 징계권이 없어진다고 해서 `아동학대가 사라지냐?`는 의문과 `아이가 잘못했을 때 어떻게 훈육하냐? 그래서 사랑의 매는 있어야 한다`는 의견들이다. 징계권이 없어진다고 아동학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고, 부모가 자녀를 훈육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또 징계권이 남아있다고 학대한 부모들의 감형의 사유로도 받아 들여주지 않는다. 다만 징계권의 삭제는 자녀를 부모 마음대로 해도 되는 종속물이나 소유물로 여기지 않고, 독립된 인격체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주체임을 인정해 주는 우리 사회의 자녀에 대한 인식은 바꾸는 중요한 상징성을 갖고, 그에 대한 시발점이 된다는 엄청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랑의 매`라고 부르는 부모들에게 네 가지만 묻고 싶다. 첫째, 자녀를 때릴 때 그 순간 자녀를 사랑 했었나요? 혹시 당신이 화가 나서 자녀를 때리지 않으셨나요? 둘째, 당신은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맞고 자라지 않으셨나요? 그래서 그것이 훈육인 줄 알고 자녀에게 똑같이 행동하지 않으셨나요? 셋째, 자녀를 양육하면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부모교육을 받아 보았거나,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 보셨나요?, 넷째, 당신도 "휴대폰을 오래 사용하거나, 늦잠을 자거나, 잘 씻지 않거나,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가끔 거짓말을 하지 않나요?" 이것이 대부분 아이들이 부모들로부터 체벌을 당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똑같은 행동을 하는 어른들도 맞아야 되나? 맞아도 되는 아이는 없다. 부모는 체벌을 훈육으로 착각하지 말고, 자녀를 인격체로 존중하고, 대화를 통해 자녀의 마음을 이해해 줘야 한다. 체벌은 일시적인 효과일 뿐 평생토록 큰 상처를 남긴다. 체벌을 하지 않고도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거나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으니 다양한 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부모교육을 받고, 학습하고, 스스로 해결이 어려울 땐 전문가의 도움을 받길 권한다.

박미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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