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지난 8일 홍문표 의원은 법안 하나를 국회 의안과에 접수시킨다. 자주 들어온 혁신도시법에 대한 법률개정안이다. 이 법안 취지는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비율을 높이려는 데 있다. 기존의 혁신도시는 해당 사항 없음이고 추가 지정 혁신도시에 한해 이런 특례 규정을 두자는 것이다. 별도로 이름 붙이자면 대전·충남 지역인재 채용 특례법이라 할 수 있다.

이 법안에 기반해 시행령이 마련되면 대전·충남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경우 지역인재 채용비율 상한을 높여 잡는 게 가능해진다. 오는 2022년 최대 30%에 도달토록 하고 있는데, 대전·충남 혁신도시는 입장과 여건이 다르다. 혁신도시가 조성된 타 시·도들은 일찌감치 자기네 지역 출신 인재들이 해당 지역 이전 공공기관에 취업하는 혜택을 누려왔다. 누적 취업자 통계를 보면 대전·충남은 초라한 판이다. 이 불공정과 상대적 박탈을 해소하는 길은 지역인재 채용 상한선을 높이는 특례를 적용하는 것뿐이다.

홍 의원 법안이 실효적으로 작동하려면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조성과 함께 공공기관 유치가 충족돼야 한다. 혁신도시 지정 단계까지는 별다른 장애가 없다고 해도 공공기관이 적기에 이전해 오지 않으면 새 아파트를 지어 놓고 분양이 진행되지 않는 것과 같다. 혁신도시라는 그릇에 일단의 공공기관이 들어차지 않으면 그 혁신도시는 평범한 신도시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다.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이든 유치든 이들 자산이 있어야 혁신도시가 뿌리내릴 수 있는 동력이 공급된다고 보면 맞다.

공공기관 유치는 혁신도시 구성하는 필요충분조건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대전·충남 현실은 불확실성에 갇혀 있는 모양새다. 공공기관 이전 시즌 2 총성이 언제 울릴지 막연한 탓이다. 그럼 이대로 기다림의 미학에 빠져 있어도 되나. 그렇게 않다. 오히려 태풍전야가 기회의 시간일 수 있다. 사전정지작업만 튼실하게 해놓으면 너무 걱정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마침 지역인재 채용비율 상향을 겨냥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문제는 인재채용 주체는 공공기관이며 따라서 공공기관 이전 또는 유치가 전제될 때라야 이 법안이 작동을 시작한다. 대전·충남에 혁신도시가 지정되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는 이제 상수라 할 수 있으며 남은 과제는 공공기관 유치 규모와 시기로 볼 수 있다. 절차적 논리에서 접근하면 혁신도시 지정이 먼저고 공공기관 이전이 결합하는 구조임은 자명하다.

그런 만큼 대전·충남 혁신도시 사정이 녹록지 않은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대전·충남은 비자발적인 사유로 혁신도시 지정에서 제외돼 지금까지 왔다. 그러다 지난 3월 균형발전법이 개정돼 7월 혁신도시 지정 신청을 앞두고 있다. 그럼 혁신도시 지정만 받으면 만사휴의인가. 그렇게 한가롭다고 보기 어렵다. 궁극의 승부처는 공공기관 유치다. 특히 공공기관의 지연 이전은 대전·충남 혁신도시 성장·발전을 유예시키는 상황으로 귀결된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이 불확실성 또한 제거하는 쪽으로 모색돼야 하는데 공공기관 유치에도 대전·충남의 경우에는 특례 규정을 신설하는 게 빠르고 안정적이라 할 수 있다. 혁신도시 시즌 2 때 동시 경쟁시키는 것은 기회의 균등과 충돌한다. 그 전에, 다시 말해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 절차가 완료되는 때부터 공공기관 우선 유치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얘기다. 보완입법을 통해 공공기관 유치 특례 조항을 명문화하는 것, 그 정도는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유관 법률 자구 체계를 파고들면 특례 조항을 넣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일부 시·도에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본점 유치를 위해 법제화 사투를 서슴지 않는 마당이다. 그에 비해 대전·충남 공공기관 유치 특례법안 시도는 점잖은 욕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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