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문승현 기자
취재2부 문승현 기자
어머니. 유년의 낡은 사진첩에서 어머니를 꺼내어 보아요.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아이가 어머니의 숲속 어딘가에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어요. 아들의 즐거운 한때를 연신 카메라에 담는 40대 젊은 부부의 봄나들이는 어떠셨는지 이제야 헤아려 봅니다. 긴 줄을 섰던 기억이 나요. 너도나도 한번 타보겠다고, 꼭 타야 하는 것이라고. 케이블카 말이에요. 케이블카 건물을 이고 있는 조그마한 점방에서 어른들은 지루함을 견디고 더 쪼그만 것들은 아이스케키를 하나씩 사 물고 긴 기다림을 버티었겠죠. 올라가면 놀이의 신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극성맞은 그 꼬마가 장성해 30년 전 어머니의 보문산 한편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기구 태워보겠다고, `어흥`하는 호랑이 구경 한번 시켜주겠다고 승차까지 두세 시간 걸리는 사파리 버스여행 대기행렬을 마다하지 않으니 이 또한 삶의 깨달음의 과정이라 머리 쓰다듬어 주실는지요.

어머니. 알록달록한 새집 기억하셔요. 보문산 야외음악당 그리고 비둘기집요. 아치형 구조물과 광장에선 전국어린이글짓기대회도 열렸죠. 계단을 올라가면 한국전쟁의 `대전지구 전적비`가 있고요. 어머니의 보문산은 그렇게 유구한 세월동안 우리 곁을 지키며 460m 작은 키에 근현대사의 아픔마저 따뜻하게 안았습니다. 원로시인 최원규, 눈물의 시인 박용래, 한용운, 김관식이 한 시대를 응축해 놓은 시를 시비(詩碑)로 당신께서 오롯이 품고 계시듯이. 호시절은 한여름 소나기처럼 지나고 보문산을 찾는 이도 확연히 줄었습니다. 대전 사람들은 대표 관광지 조성, 상권활성화, 환경개선을 위해 보문산을 재활성화해야 한다는데 동의하지만 옛날처럼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전망대를 개선하는 여러 방법론에선 찬반이 갈라집니다. 20년 해묵은 논쟁이에요. 보문산의 신록은 그대로 아늑하니 보존하고 편의·접근성을 높여 관광자원화하자는 개발론도 모두 일리는 있겠지요. 다만 희미한 옛 추억 속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정체된 보문산보다 도심 숲속에서의 놀이·볼거리가 조화로운 살아 숨쉬는 어머니 보문산을 그린다면 욕심일지요. 어머니의 혜안을 우러러 청할 수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취재2부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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