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간신문에 실린 한 장의 사진에 눈길이 갔다.

안에 있는 내용물을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넝마로 꽁꽁 싸맨 모습이다.

궁색하게 함부로 둘러 싼 탓에 제막을 앞둔 설치물 같지는 않았다.

기사 내용을 훑어보다 요즘 사회적 이슈인 이용수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국회의원이 된 윤미향 전 `일본군 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이사장의 기자회견이 오버랩 되면서 착잡했다.

강원도 태백시 태백문화예술회관 시계탑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

이 소녀상은 왜 이렇게 험한 꼴을 당하고 있는 걸까.

사연은 이렇다.

강원도 태백시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장윤실 작가는 지난해 9월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태백소녀상추진위원회`의 요청을 받고, 올해 2월 소년상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저작권.

저작권 침해를 제기한 이는 김운성·김서경 부부 작가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2011년 12월 14일 1000회가 되는 수요시위를 기념하기 위해 `평화비(평화의 소녀상)`를 기획, 김 작가 부부는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건너편에 세운 첫 소녀상 제작자들이다.

장 작가는 "제작 방법과 표현한 대상이 확연히 다르다"는 반면 김 작가 부부는 "전체적인 측면에서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 속에 법적 분쟁으로 비화됐다.

정의연은 `소녀상이 지역 또는 건립 성격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태백시민들에게 소녀상이 온전히 공개될 지는 미지수다.

소녀상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해 이와 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전시 성폭력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든 조형물이다.

인권과 평화 실현을 염원하는 뜻을 소년상이 담고 있다는 게 정의연의 설명이다.

정의연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소년상은 전국에 131개가 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서울 흑석역 앞에 세워진 소녀상이 20대 남성에 의해 돌에 찍혀 훼손 되는 등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소녀상이 수난을 당했다는 언론보도는 여려 차례다.

여기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둘러 싼 이용수 할머니와 정의연, 그리고 윤미향 의원의 진실공방.

자중지란이라 뼈아프다.

일본의 표정관리가 선하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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