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교문이 열렸다. 코로나19로 굳게 잠겼던 교문이 고3 학생 등교로 80일 만에 봉인해제됐다. 교문이 열리며 적막했던 교정에 활기가 감돌았다. 방학이나 전쟁이 아니고 전국의 학교가 이렇게 긴 시간 교문을 걸어 잠근 때가 있었을까.

교문은 학생들이 학교와 만나는 첫 관문이다. 그곳을 드나들며 덩치와 마음 씀, 생각주머니가 시나브로 성장하는 학생들을 누구보다 가장 먼저, 가장 오래 지켜보는 터줏대감이다. 그런 교문을 일컬어 현직교사인 이정록 시인은 "닫아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교문,/ 잠결에 몸만 뛰어온 아이들의 영혼이/ 뒤늦게라도 따라 들어올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담을 넘다가 얼먹을까 걱정한 까닭이다./ 부랴부랴 눈 감고 달려온 어린 영혼이/ 쇠창살에 부딪힐 때마다, 교문은/ 저 혼자 입술 깨물며 차갑게 운다."고 노래했다.

교문은 수난도 겪었다. 2007년 울산에서는 초중고 8곳의 교문이 사라졌다. 경찰에 붙잡힌 절도범들은 훔친 철제교문을 고물상에 팔아 유흥비로 탕진했다고 실토했다. 배움의 전당을 지키는 교문이 누군가에게는 술과 향락이었다.

교문 안 세상이 노동에 의존하기는 교문 밖과 다르지 않다. 수업은 물론 급식, 보건, 안전 등 학교운영의 어느 것도 노동과 결부되지 않은 것이 없다. 노동 있는 곳에 노동조합의 설립과 활동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상식이 수년 째 합법적으로 부정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는 해직 교원 9명이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노조아님`을 통보했다.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을 기치로 1989년 5월 창립한 전교조가 합법화 14년 만에 다시 법외노조가 되면서 34명 교사가 해직됐다. 노조전임자 직위해제 등 심각한 노동권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전교조 법외노조화가 실상은 이명박 정부부터 국가정보원 주도로 치밀하게 준비된 공작의 산물이라는 의혹도 최근에 새롭게 제기됐다.

닫힌 교문이 열린다면 그곳에 돌아가야 할 사람은 비단 학생뿐만이 아니고 노동 있는 곳에 노조 있는 상식은 이제부터라도 존중돼야 한다. 모쪼록 대법원의 양식 있는 판단을 기대한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