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박미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며칠 후면 어린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제98회 어린이날을 맞이한다.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개학이 미루어질 때만 해도 우리 아이들은 겨울방학이 더 길어져서 마냥 즐거워하더니 이제는 공부하기 싫어하던 필자의 아이도 학교에 가고 싶다고 얘기할 정도로 아이들에게 지루한 일상이 되었다. 온라인 개학이 되었으나 아이들은 계속 집에 머물러 있고, 긴 시간 아이들과 함께 있으며 부모와 자녀들은 갈등 관계를 초래하기도 하고, 가족 단위로 운동과 산책을 즐기는 가족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는 가정이 늘기도 하는 것 같다.

어린이날은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제정한 데서 유래됐다. `어린이`란 말은 소파 방정환 선생이 창안해서 처음 사용했으며, `어른`에 대한 대칭어로 쓰여온 `아이`란 말 대신 `어린 사람`이라는 뜻과 함께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우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린이` 용어의 창시자인 방정환 선생이 주도한 색동회는 1923년 5월 1일 기념행사를 개최하면서 어린이날을 제정했다. 당시 1923년 기념행사에서 배포된 글 중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럽게 하여 주시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어린이날에는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어린이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당시 `어린이` 잡지 창간호의 처음에서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의 모습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새와 같이, 꽃과 같이, 앵도 같은 어린 입술로 천진난만하게 부르는 노래 그것은 그대로 자연의 소리이며 그대로 한울의 소리입니다.` 이렇듯 새와 같고 꽃과 같은 어린이들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안타깝게도 `2020 세계행복보고서`의 세계행복지수에서 153개국 중 61위로 전년대비 7계단이나 하락했고,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발표한 `2016 제8차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82점으로 조사 대상인 OECD 회원국 22개국 중 가장 낮았다. 주관적 행복지수는 스스로 생각하는 행복의 정도를 OECD 평균(100점)과 비교해 점수화 한 것이다. 아동·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성적이나 집안의 경제 수준보다는 부모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 부모와 관계가 좋은 경우에는 성적과 경제수준과 관계없이 행복감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같은 성적일 경우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으면 47.7%가 삶에 만족했지만, 아버지와 관계가 좋은 경우 75.6%가 삶에 만족한다고 느꼈다. 경제수준이 높은 경우에도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 않으면 49%만 삶에 만족 해 했고,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으면 81%가 만족감을 표했다. 문제는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5명당 1명꼴로 자살 충동을 경험한 바 있을 정도로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에 반해 성적이나 경제 수준보다도 부모와의 관계가 좋은 경우 자살 충동 위험집단에 속할 확률이 훨씬 낮았다.

어린이·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 세계 최하위 수준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 어린이들의 삶의 만족도를 낮게 만드는 근본 원인은 어린이의 인권이 낮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성이 무시된 채 모든 어린이들에게 적용되는 공부에 대한 비정상적인 압박은 어떤 경로로든 성공을 위해서만 달려가게 만들고 결국 30대에 그 성공의 자리에 앉아 자기가 왜 그 자리에 앉아 있는지도 모른 채 또 달리기만 할 것이다. 생각할 시간조차 갖지 못하고 커온 인생은 참 슬픈 일이다. 방정환 선생의 말처럼 `비둘기와 같이, 토끼와 같이 부드러운 머리를 바람에 날리면서 뛰노는 게 어린이`이다. 어른들의 잣대로 성공이나 행복을 판단해서 어린이들을 불행하게 만들지 않는, 어린이의 인권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어린이가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길 희망해 본다. 박미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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