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천재상 기자
취재2부 천재상 기자
`까라면 까`라는 속어가 있다. 물불 가리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상명하복 명령체계를 거칠게 표현한 문구다. 중앙 정부가 지시하면, 일단 받아 들여야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처한 현실을 대변하는 듯하다.

지난달 세종시 해양수산부 직원이 코로나19 확신 판정을 받는 등 공직사회 집단 감염 우려가 확산하자 정부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재택근무 이행` 협조 공문을 내렸다. `필수 행정 인원 확보`, `사무실 밀집도 완화` 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말만 협조 공문이지, 사실상 지시와 다름없었다. 대전시는 전체 공무원의 20%, 자치구는 부서별 1-2명을 재택근무에 투입키로 했다.

일주일 남짓한 준비 기간, 공무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원격근무서비스(GVPN)`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재택근무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 부랴부랴 회원 가입을 했고, 재택근무 시 필요한 자료 처리 등의 절차도 익혀야 했다. 공직 사회 내부에서는 업무상 차질 우려가 빗발쳤지만, `정부 지시`라는 무게를 이길 수는 없었다.

재택 근무 시작 후 일주일쯤, 지역 공무원들은 폭발했다. 코로나19로 업무량이 급증한 데다 최근 봄철 산불 감시 업무까지 겹치며 도저히 자택에서는 업무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택과 사무실간 연동이 되지 않아 담당자가 업무를 처리하지 못 하는 경우도 생겼다. 동료 공무원이 일을 대신 처리하는 데는 뚜렷한 한계가 있었다. 재택근무에 배정 받은 공무원이 개인 노트북을 사무실로 가져와서 근무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전해진다. 한 공무원 노조 관계자는 "재택근무는 정부의 `보여주기 식` 조치일 뿐이다. 격무에 시달리는 지자체의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내달 5일로 연장하며 공무원들은 업무 환경은 당분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이는 민간 부문 거리두기에 비해 공직 부문의 거리두기는 여전히 강조될 것으로 점쳐진다.

공직자 재택근무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것은 이해되지만, 지자체의 상황과 맞지 않는 조치는 외려 행정력을 낭비하는 등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지자체의 현실을 고려하는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취재2부 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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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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