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규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장호규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 1월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전염병 대유행(이하 판데믹)은 전세계를 본격적으로 휩쓸고 있다. 사람들의 물리적인 활동과 소비에 의존하는 상당수 분야에서 경제의 속도가 크게 둔화된 반면, 또 다른 곳(온라인 등)에서는 큰 호황을 맞이했다. 이 와중에 한국은 전세계적인 극찬을 불러일으키며 모범적인 민주적 방역국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일례로 각국 보건당국 뿐 아니라 경제 부처들마저도 한국의 정책 성공의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배우려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가들은 한국의 국제회의 참가를 종용하고 있기까지 하다. 이렇다보니 앞으로의 국운이 융성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필자 역시 이에 크게 동의하는 한편, 두 가지 부분에 국한하여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 대한 소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경제 분야, 그것도 노동 시장과 관련한 부분이다. 필자의 개인 경험이기도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경험이 하나 있다. 판데믹이 초래한 상황으로 인해 온라인 쇼핑이 끝도 모를 정도로 폭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자연스러운 질문은 이 추세가 판데믹 이후에도 지속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필자는 그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경우 시장의 구조적 변화 속에, 자신들만의 경쟁 우위가 없는 대다수 오프라인 상점들은 순식간에 사라져갈 운명에 처할 것이다. 우선 가격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또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이 상용화되어 물리적 경험까지도 어느 정도 대체될 수 있다면, 과연 먹고 마시는 필수재가 아닌 상품을 다루는 대다수 오프라인 상점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일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기우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순식간에 도래할 것이다. 4차산업혁명 기술 발전은 시장 구조를 송두리째 바꿀 게임체인저들이다. 항상 그렇듯 기술 발전에 따른 편의성이 증대하면 그에 따르는 음지도 존재한다. 수많은 소상공인들과 오프라인 시장 종사자들이 노동력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는 것을 들 수 있다. 노동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따라 어떤 경제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사회적으로는 어떤 공동체적 자세를 취해야 할까. 솔직히 필자도 아직은 시장의 급격한 구조적 변화에 대해 뚜렷한 대안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중심주의가 중심에 놓여있는 한 경제정책 수립 및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는 데 에너지를 크게 낭비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교육 분야다. 현재 대학들은 온라인 강의라는 강제 실험 상황에 놓여 있는데, 최근의 강의 설문조사는 꽤 암울하다. 온라인 강의의 질에 대한 불만과 강의 환경자체(스트리밍 서버의 한계 등)에 대한 지적이 난무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국가단위 실험이 진행되다보니 절대 대수 대학들이 이에 제대로 준비를 못한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마지못해 자료만 올리는 경우, 강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진 비디오가 올라가는 경우, 인터넷 환경으로 인해 스트리밍 강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점 등 문제는 산적해 있다. 기술적인 문제는 시간이 흘러가면 단시간 안에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만, 진정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더 이상 전통적인 오프라인 강의가 대세를 이루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수많은 교수자와 연구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대학에서 강의의 질을 개선하는 문제는 오랜 숙원이었지만, 인센티브 부재 등의 상황으로 인해서 해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학생들이 온라인을 통해서 강의자들의 강의 질을 실시간으로 검증할 수 있고 매우 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중-고교생들이 인강에 능숙한 일타강사들에게 몰리는 것처럼 대학에서도 학생들은 강의를 잘하면서 동시에 온라인에서 좋은 질의 강의를 제공할 수 있는 교육엔터테이너들에게 몰리게 될 것이다. 학생들이 뛰어난 교수자에게 몰릴 상황은 곧 대두될 것이라고 보인다. 대학이 연구든 강의든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이는 교수자들에게 차별적 혜택을 주지 않는다면 이는 교수자들의 인센티브 부재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곧 이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장호규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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