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완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조성완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인류의 역사는 수많은 고난을 극복하고 발전적 진화를 거듭하며 눈부신 문명을 창조해온 일련의 과정이다. 가뭄과 홍수, 지진, 질병 등의 천재지변은 전쟁, 기아와 함께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커다란 시련이었다. 그 중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기록된 중세의 흑사병이나 제1차 세계대전 무렵의 스페인독감은 수천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이후, 최근 100년 동안 사스, 에볼라,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창궐했지만, 지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같은 세계적 대유행의 수준은 아니었다. 즉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질병 앞에 공포감을 느끼고,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현장은 삶에 대한 절규와 죽음의 그림자가 공존한다. 자신의 생업과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국가적 위기상황에 앞장선 의료인과 자원봉사자의 눈물겨운 헌신이 있다. 반세기 넘게 부부의 연을 맺어온 배우자의 죽음을 지키지 못한 절망감과 부모의 마지막 길에 수의 한 벌 입혀드리지 못한 자식의 원통함이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전염병이 급속하게 확산되자 많은 나라들이 국경을 꼭꼭 걸어 잠그는 것은 물론 자국민들의 지역 간 이동을 금지하는 고립과 봉쇄의 방법에 의존했다. 며칠 전 미국에 거주하는 지인으로부터 주정부에서 우리나라 진단키트를 수입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필수의약품과 마스크 등을 선점하려 경쟁하고,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7-9일이나 소요되는 등 그곳의 급박한 실태를 전했다. 우리는 외신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식료품, 화장지 등 생활필수품의 사재기에 이어 총기 판매량이 늘고 있는 씁쓸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어느 나라보다 코로나19의 초기 확산으로 확진자수 세계 2위라는 오명을 씻고 우리나라 방역정책이 조명을 받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한국의 방역시스템 도입을 요청하고 있다. 국경을 통제하지 않으면서 광범위하고 신속한 검사와 투명한 정보공개, 드라이브스루 검사,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사재기가 없는 우리나라가 한없이 자랑스럽다.

요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바이러스 전파를 예방하는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이 2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시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며 거리두기에 균열조짐이 보이고 초기보다 경각심이 느슨해졌다는 우려가 많다. 지금 당장의 불편함을 감내하지 못한다면 더 큰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일어나는 폭발적 감염과 사망자 속출로 쉽게 예견할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통제보다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사회전체가 면역을 얻어가는 이른바 `집단면역`의 방법으로 코로나19에 대응했던 스웨덴이 강력한 봉쇄와 국민들의 이동제한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 반증이다. 빠르게 늘어나는 확진자와 가파른 치명률로 인해 지금의 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중단하면 지금까지의 노력과 고생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모든 국민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과 안녕을 위해 조금만 더 힘내고 인내하자.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소설 `페스트`에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염병에 대한 관심이 무뎌지고, 일상화에 빠져 도덕적 긴장감이 낮아지는 것을 경계했다.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것은 한사람의 영웅에 의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소시민들의 노력과 투쟁의 결과라는 메시지를 다시 생각해본다. 조성완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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