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석 청운대학교 교수
김원석 청운대학교 교수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초등고등학교 개학이 전례 없이 4월까지 미뤄졌고,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교육환경을 조성하고자 일찌감치 노력했다고 자부한 대학들도 원격 온라인 강의로 진땀을 빼고 있다. 모두가 경험컨대, 급박한 상황에 차분히 공론을 모아 각각의 생각들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대안을 낸다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어느 정도의 물리적 시간 또한 필요할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갖가지 지혜들을 끌어모아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을 영위하고 사회적 소임을 수행하기 위한 상황과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평소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버릇이 생기긴 했어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은 지난주부터 시작된 ebs 무료 온라인 강의를 듣기 위해 오전 9시면 컴퓨터에 앉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학교 선생님이 매일 보내주시는 클레스팅을 확인하고 그날의 과제는 그날 끝내야 한다는 나름의 각오도 다짐 중이다. 필자 또한 3월부터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며 원격강의에 대한 다양한 방법론들을 터득해나가고 있는데, 여전히 어설프긴 해도 분명한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일상적 안정감이 난국에서 얻어낸 지혜라고 했을 때, 이 지혜가 어디에서 왔는가 생각해 봤다.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하는 국가 정책과 그에 따른 시민의식은 물론이겠으나, 무엇보다 다양한 방식의 `글쓰기`를 통한 사람과 사람 간의 의사소통이 그 어느 때 보다 활발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웃들의 생각을 다양한 방식의 `글쓰기`를 통해 공유하면서 얻게 되는 공동체적 동질감은 우리가 이 역병 시대를 견뎌낼 수 있는 가장 큰 지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90년대 대학을 다닌 필자는 초·중·고등학교때 매년 IQ(intelligence quotient)라고 하는 지능지수 검사를 받은 기억이 있다. 사람의 특별한 재능을 물리적 수치로 가늠하고자 시작된 지수(quotient) 검사는 IQ를 지나 EQ(감성지수), MQ(도덕지수), CQ(창조지수), SQ(사회성지수)까지 다다랐고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글쓰기 지수 WQ(writing quotient)다. WQ는 컴퓨터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공개하고 타인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일상적 글쓰기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로 인해 글쓰기는 더 이상 지식인들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사회적, 정치적 이슈와 쟁점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는 댓글, 청원과 같은 다양한 방식의 글쓰기를 통해 이뤄지고 있고 이는 간과할 수 없는 의미와 가치를 지니게 됐다. 이는 급박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공론 수렴을 위한 가장 유효한 판단 기준이 됐을 것이다.

컴퓨터 기술이 인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단절시킬 것이라는 염려는 어설픈 기우였다. 오히려 인간들은 컴퓨터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다양화와 깊이를 꾀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관계를 지속시켜 왔다. 이메일을 통해 소식과 정보를 주고 받고, SNS로 의견과 생각을 나누고, 유튜브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버 상의 글쓰기 행위는 사회적 관계를 현대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유지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일 것이다.

어제는 우연히 이탈리아에 사는 한인 부부의 코로나 극복 관련 유튜브 영상 봤다. 코로나로 1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고, 국가 전체에 이동 금지명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이 한인부부는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이탈리아에서 견뎌보겠다며 하루하루의 일상을 유튜브로 올렸다. 일주일에 한 번 슈퍼에 장을 보러 가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이 상황을 지친 인생에게 준 방학이라고 생각하겠다는 부부의 긍정적인 생각에 사뭇 숙연해졌다. 진지한 작가들처럼 골방에 앉아 쓰는 글쓰기는 아닐지라도 유튜브를 통한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은 이들이 불안한 시간을 견뎌낼 수 있도록 하는 커다란 힘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김원석 청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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